"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FU**!"
리버풀의 득점을 앗아간 비디오 판독(VAR)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공개됐다.
프리미어리그(PL) 공식 홈페이지는 4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경기 심판기구(PGMOL)가 지난 토요일 토트넘 홋스퍼와 리버풀 경기에서 허용되지 않은 루이스 디아스의 골과 관련된 VAR실 음성 녹음 전체를 공개했다"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주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버풀은 1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EPL 7라운드 토트넘 원정 경기서 1-2로 패했다.
퇴장 악재가 두 번이나 터졌다. 리버풀은 초반부터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토트넘을 괴롭혔지만, 전반 26분 커티스 존스가 퇴장당하며 계획이 어그러졌다. 존스는 공을 뺏으려다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이브 비수마의 정강이 부분을 향해 강하게 태클하고 말았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버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통증을 호소한 코디 각포를 불러들이고 디오구 조타를 투입했다. 하지만 조타 역시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24분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20분 넘게 9명으로 뛰게 된 리버풀은 경기 종료 직전 조엘 마팁의 불운한 자책골까지 겹치면서 1-2로 무릎 꿇고 말았다.
심지어 리버풀은 오심으로 한 골을 빼앗기기까지 했기에 더욱 억울함이 컸다. 전반 34분 디아스는 토트넘 수비 뒤로 빠져나간 뒤 골망을 갈랐다. 리버풀이 적지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 나가는가 싶었지만, VAR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하지만 이는 비디오 심판실과 주심 간 소통 오류로 인한 실수로 밝혀졌다. VAR실에선 주심이 득점을 인정한 줄 알고 확인이 끝났다고 전했지만, 사실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던 것. 정당한 선제골을 뺏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경기 후 "이렇게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른 경기를 본 적이 없다"면서 "정말 미친 판정이었다"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경기 후 PGMOL도 빠르게 오심을 인정했다. PGMOL은 "전반전에 심판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디아스의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VAR이 관여해 득점으로 인정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결과적으로 VAR 심판 개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판정이 내려진 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리버풀도 곧바로 공식 성명을 냈다. 리버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어젯밤 PGMOL이 잘못을 인정했다. 경기 규칙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않아 스포츠의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 분명하다"라며 "우리는 심판들이 받고 있는 압박감을 전적으로 이해하지만, 이런 압박감은 VAR의 존재와 시행으로 인해 완화돼야 한다. 악화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책 수립도 요구했다. 리버풀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후속 개입이 없었다는 점은 불만족스럽다"면서 "이런 실패가 이미 '중대한 인간의 실수'로 분류된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다. 모든 결과는 오직 검토를 통해서만 완전히 투명하게 수립돼야 한다. 이는 향후 의사결정의 신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학습한 내용을 프로세스 개선에 활용함으로써 모든 클럽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미 끝난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재경기나 무승부 처리는 불가능하다. 일단 PGMOL은 토트넘과 리버풀전 VAR 판독을 맡았던 대런 잉글랜드와 댄 쿡 심판을 다음 경기에서 제외했다. 잉글랜드는 노팅엄 포레스트와 브렌트포드 경기 4번째 심판으로, 쿡은 풀럼과 첼시전에 부심으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모두 교체됐다.
당연히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 'CNN'은 "기념비적인 오류"라고 평가했다. 결국 PGMOL은 당시 있었던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부심과 주심, VAR 심판 그리고 리플레이실 관계자가 나눈 대화가 전부 담겨있다. 리버풀도 이미 해당 녹음을 전달받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주심과 부심은 디아스의 슈팅이 골망을 가른 뒤 일단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리고 VAR실과 소통하며 다시 한번 체크에 나섰다.
VAR실은 곧바로 리플레이실과 교신하며 여러 앵글을 돌려봤다. 그 결과 골키퍼를 제외한 토트넘 최종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발에 정확히 라인을 그었고, 온사이드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체크 완료. 완벽해"라고 외쳤다.
그렇게 경기는 재개됐다. 토트넘의 실점 후 킥오프가 아니라 프리킥으로 말이다. 그러자 리플레이실에서 "아니 잠깐, 잠깐, 잠깐. 원래 판정은 오프사이드였는데? 이게 맞는가?"라고 황급히 말하며 잘못을 알아차렸다. VAR 보조 심판(AVAR)도 "맞다. 오프사이드"라고 말하다 그제야 문제를 깨닫고 "잠깐만. 잘못됐다"라고 놀랐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속행된 상황. 착각을 알아차린 VAR 심판 잉글랜드는 욕설을 내뱉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리플레이실은 경기를 멈추라는 PGMOL 담당자의 말을 전했지만, VAR 심판진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좌절했다. 리플레이실에선 재차 경기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미 경기를 재시작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말과 욕설만 되풀이될 뿐이었다.
PGMOL은 해당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토요일 저녁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해당 경기에서 중대한 인적 실수가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VAR 개입을 통해 골로 판정됐어야 한다고 인정했다"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PGMOL은 "모든 득점 상황과 마찬가지로 VAR 팀은 모든 면을 확인했다. 현장 관계자들이 오프사이드로 골을 취소한 뒤 점검 단계와 절차가 시작됐고, VAR에 의해 올바르게 수행됐다. 킥을 차는 순간을 정확히 선택했고, (골키퍼를 포함한) 두 번째로 뒤에 있는 수비수 발에 정확히 2D 라인을 그었다"라고 덧붙였다.
VAR 심판진이 경기를 중단하고 득점으로 정정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PGMOL은 "VAR 팀은 그 시점에서 경기 중단 가능 여부를 고려했지만, VAR 심판과 AVAR은 경기 규칙 내 프로토콜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PGMOL은 "문제가 된 VAR과 AVAR은 7라운드 남은 경기 일정에서 제외됐고, 이번 주말 8라운드 경기 일정에서도 배제됐다"라며 "또한 PGMOL과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유럽축구연맹(UEFA)과 별개의 경기 관계자들이 경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침도 검토하는 데 동의했다"라며 재발 방지를 논의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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