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한국남녀농구 모두 아시아에서 3류로 전락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3일 오후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에서 중국에 70-84로 패했다. 5-8위 순위결정전으로 밀린 한국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5위 ‘도하 참사’ 이후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 역시 같은 날 일본과 4강전에서 58–81로 대패했다. 한국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 결승진출에 실패한 것은 역시 17년 만이다. 한국은 동메달결정전에서 북한과 재대결한다.
남자농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일본에게 3점슛 17개를 허용하며 77-83으로 패해 메달획득 계획이 꼬였다. 일본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 11명이 전부 3점슛을 던졌고, 그 중 10명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출전한 선수 전원이 3점슛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가장 많은 3점슛 3개를 넣은 선수는 2001년생 206cm 센터 이치카와 마사토(22)였다. 한국은 이에 대한 수비 해법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
한국은 프로농구 KBL 정예 스타들이 대부분 나왔다. 귀화선수 라건아도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반면 일본은 농구월드컵 예비엔트리 25인에 단 한 명도 들지 못한 3군으로 아시안게임에 임했다. 일본은 지난 9월 자국 오키나와에서 개최한 농구월드컵에 정예 1진을 파견해 3승을 수확했고, 파리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했다. 일본농구협회는 아시안게임을 신예들의 성장기회로 삼았다. 그럼에도 B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어린 선수들이 한국 1군을 이기는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선수 누가 못 뛰어서 졌다는 식의 구차한 핑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국이 구사한 옛날농구 자체가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선수들은 일본 3군에게 졌다는 분노보다 자신이 평생 해온 농구가 통하지 않았다는 충격이 더 컸다. KBL에서 필승공식으로 통했던 전술이 국제무대에서는 구시대 유물이었다.
추일승 감독이 내세운 ‘투빅’ 전술은 KBL에서 필승공식이다. 국내서 여전히 외국선수에게 골밑을 맡기고 국내선수는 보조자에 머문다. 골밑에 스페이싱이 없다 보니 가드들이 개인기를 부리고 돌파할 공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3점슛은 여전히 골밑에서 나오는 킥아웃 패스를 받아 노마크에서 쏘는 슛으로 한정돼 있다. 빅맨이 외곽에서 링커 역할을 해도, 3점슛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수비수를 바깥으로 유도하지 못한다.
여전히 외국선수를 살릴 패스위주 정통가드를 선호하는 한국농구는 볼핸들러의 직접 공격을 금기시한다. 가드가 일대일을 하면 팀 패턴이 깨진다며 인정하지 않는다. 이대성이 득점왕을 하고도 국내지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개인기를 전혀 연마할 수 없는 환경이다.
국제무대에서 이는 철저한 공략대상이었다. 노쇠한 라건아의 포스트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라건아의 매치업 상대인 206cm 센터는 3점슛을 4개 쏴서 3개나 넣었다. 한국은 빅맨이 많아 느리고 외곽수비 로테이션이 전혀 되지 않았다. 일본은 무려 17개의 3점슛(17/41, 41%)으로 철저하게 응징했다.
이제 세계농구계에서 포지션을 막론하고 3점슛은 기본장착이다. 심지어 NBA 3점슛거리 7.24m보다도 먼 거리에서 던지는 ‘딥3’까지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의 딥3가 계속 터지는데도 ‘요행’이라 생각하면서 끝까지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이런 후진국형 마인드에서 이미 한국은 졌다.
신장이 작은 선수라도 ‘플로터’라는 무기가 있기에 공격적인 림어택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농구월드컵에서 172cm 일본가드 가와무라 유키가 213cm NBA스타 라우리 마카넨 앞에서 플로터를 쏘아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는 장면이 바로 단신선수가 가야 할 길이다.
한국선수들은 자신의 개인기로 슈팅까지 던질 수 있는 능력이 한참 떨어졌다. 공격적인 마인드도 부족했다. 심지어 195cm인 선수가 아웃넘버 얼리오펜스에서 림어택을 주저하며 슛을 못하고 따라오는 빅맨만 찾고 있었다. KBL에서 하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여기서 또 졌다.
한국선수들은 몸싸움 능력도 한참 부족하다. 국제무대는 KBL보다 훨씬 거친 몸싸움을 인정한다. 골밑은 전쟁터다. 얻어맞고 깨져도 어떻게든 페인트존을 사수해야 한다. 누가 골밑에 버티고 있어도 쳐들어가서 이길 생각을 해야 한다. 슈팅 중에 블록슛이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몸싸움도 계속 해봐야 요령이 생긴다.
그런데 한국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이겨내 바스켓카운트까지 얻을 전투적인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수비수를 피해서 던질 생각만 한다. 외국선수들이 한국에 처음 오면 '다들 너무 소프트하다'고 하는 이유다. 스치기만 해도 파울을 불어준 KBL의 우물 안 환경이 선수들을 이렇게 나약한 개구리로 키웠다.
2편에서 계속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