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과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 e. V.)은 2022-2023시즌까지 ‘영혼의 짝꿍’이었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토트넘의 주 득점 루트를 이룬 쌍포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다 합작 득점(Most goals as a combination) 기록(47)을 수립한 데에서도 아주 분명하게 읽을 수 있는 손흥민-케인 듀오의 하나가 된 콤비 플레이였다.
2023-2024시즌 막이 올라가기 직전, 케인은 우승의 꿈을 좇아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가(名家)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다. 케인의 이적으로 말미암아 손흥민과 이뤘던 환상의 조합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몸담은 보금자리는 달라졌을지라도, 한뜻으로 나타났던 마음만은 그대로인 듯싶다. 둘이 한마음으로 공세를 취하는 모양새가 펼쳐지는 2023-2024시즌 초반부 형세다.
손흥민과 케인이 손잡고 협공하는 상대는 ‘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다. 지난 시즌 유럽 축구 마당을 진동시켰던 홀란에게 “게 섰거라!”라는 선전포고와 함께 맹공을 퍼붓는 그림이 뚜렷하게 드러난 이번 시즌이다.
골 순수도에서 앞선 케인이 이끌고 손흥민이 뒤를 받치며 홀란을 압박
지난 시즌, 홀란의 기세는 두려울 정도였다. EPL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34골)을 가뿐히 뛰어넘으며(36골) 단숨에 으뜸 골잡이로서 자리매김했다. 세계 프로축구 최고 무대인 EPL에 데뷔한 첫 시즌에 일군 엄청난 골 사냥이었다. 물론, EPL 사상 최초였다.
케인도 나름 뛰어난 몸놀림을 펼치며 30골 고지를 밟았다. 그렇지만 홀란이 일으킨 선풍에 휘말려 빛을 잃었다(2위). 2021-2022시즌 아시아 출신 최초로 득점왕(23골) 금자탑을 세웠던 손흥민도 피해 갈 수 없었던 회오리바람이었다. 부상이라는 뜻밖의 돌개바람까지 맞닥뜨린 데서 어찌할 수 없었던 좌초였다. 7시즌(2016-2017~2022-2023)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운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시즌엔, 형세가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홀란의 기세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러한 홀란의 ‘장군’에, 케인은 ‘멍군’으로 응수하고 있다. 똑같이 기세를 올리는 모양새를 빚어낸다. 손흥민은 확 달라졌다. 2021-2022시즌 떨치던 맹위를 재현하며 복위(復位)의 야망을 부풀린다.
기록적 측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팽팽한 호각세가 빚어지는 이번 시즌이다. 오히려 케인이 홀란에 다소나마 앞서는 판세가 그려지고 있다. 순수하게 기록으로만 가늠했을 때, 손흥민과 케인의 협공에 무너질 기미가 엿보이는 ‘홀란 왕조’다.
각 리그 득점 순위로 본다면, 홀란이 얼핏 앞선 듯 보인다. 홀란은 EPL 득점 레이스 선두다. 반면, 손흥민은 EPL 2위다. 케인도 분데스리가 2위다.
그러나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실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케인과 홀란이 8골씩을 터뜨리며 어깨를 나란히 한 듯싶다. 하지만 순수도(純粹度)에서, 차이가 난다. 케인은 6경기에서 8골로 경기당 평균 1.33골을 뽑아냈다. 홀란은 7경기에서 8골로 경기당 평균 1.14골을 잡아냈다. 이처럼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 케인이 0.19골 차로 약간일망정 앞서고 있다(표 참조).
손흥민도 합세하며 케인의 시즌 초반 ‘골 폭풍’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7경기에서 6골로 경기당 평균 0.86골을 터뜨린 페이스는 케인과 홀란과 견줘도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한 골을 뽑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에 있어서도, 케인은 홀란을 앞선다. 이번 시즌 529분을 소화한 케인은 66.13분당 한 골씩을 터뜨렸다. 620분을 뛰며 77.5분당 한 골씩을 잡아낸 홀란을 압도한다.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손흥민의 가세도 홀란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한다. 555분을 소화하며 92.5분당 한 골씩을 터뜨린 손흥민은 차츰 가속도를 높이며 홀란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득점 기록에서도, 케인은 홀란을 주저앉혔다. 올 1월 1일~9월 30일 골 사냥에서, 케인은 25골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케인이 23골로 공동 6위인 홀란을 따돌린 그림이 펼쳐지는 올해 골 작황이다.
이번 시즌은 아직 초반부다. 섣부른 형세 예측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앞으로 빚어질 형세를 어느 정도 내다볼 수는 있다. 이 맥락에서, 손흥민과 케인의 협공이 홀란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큰 이번 시즌 초반부 모양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