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의 "더 코리안 가이(The Korean guy)" 발언이 황희찬(27, 울버햄튼)의 인지도를 확 올렸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지난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 후반 21분 2-1로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황희찬의 골 여파는 상당했다. 우선 개막전부터 6연승을 달리며 지난 시즌 '트레블'의 명성을 이어가던 맨시티에 시즌 첫 패배를 안긴 한 방이었다. 승점 18에 머물러 토트넘, 아스날(이상 승점 17) 등 2위 그룹과 간격을 벌리지 못했다.
게다가 과르디올라 감독이 울버햄튼과 경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황희찬이 골을 넣으면서 현지 언론들과 팬들은 더욱 흥미를 보이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튼을 상대로 늘 힘든 경기를 했다. 그들은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특히 네투, 쿠냐, 그리고 '더 코리안 가이(그 한국 선수)'는 뛰어난 수준을 가지고 있는 공격수들"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일부에서는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부족 혹은 인종차별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이 골을 넣으면서 이런 논란을 뒤로 한 채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 팬에게는 더 이상 잊혀지기 힘든 이름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또렷하게 황희찬을 '황(Hwang)'이라고 언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튼은 정말 잘했다. 수비적으로 뛰어났다. 그리고 황희찬, 쿠냐, 네투 같은 공격수들도 전방에서 공을 지키고 슈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울버햄튼 팬들도 마찬가지. 황희찬의 활약은 최근 3경기 무승(1무 2패)으로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던 순간 나왔다. 더구나 상대가 세계 최강 맨시티였다는 점은 더욱 자랑할 만했다.
황희찬 스스로 골을 넣으면서 존재감을 드러내 이제 '더 코리안 가이'는 황희찬의 현지 별명처럼 돼 버렸다. 온라인에는 이미 '더 코리안 가이'가 황희찬을 상징하는 밈이 돼 버렸다. 국내서도 '황소'보다 '더 코리안 가이'로 불리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순간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주목을 받은 황희찬. 그렇지만 오히려 황희찬이 골을 넣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별명과 함께 더 큰 인지도를 쌓게 됐다. 언젠가 황희찬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그 스페인 감독에게 고맙다'라고 말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