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석(24, 헨트)이 5만 중국 관중들을 침묵시켰다. 잠시 후엔 송민규(24, 전북)가 이들을 도발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은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앞서 치른 8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4강에서 격돌한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의 웜업 단계부터 그 유명한 "짜요" 응원이 울려 퍼졌다. 일방적인 중국 관중의 응원 속 한국 선수들은 묵묵히 몸을 풀었다.
중국 관중들은 열성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종목을 불문하고 경기장마다 가득 들어차 '아자!'를 뜻하는 중국어 '짜요!'를 쉴 새 없이 외친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비디오 판독(VAR)도 없어 상대에게 거친 반칙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전을 앞두고 우려가 컸다.
8강 중국전은 약 5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황룽 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경기장에는 중국인 팬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짜요!"를 외친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짜요" 응원이 시작됐다. 중국 선수들이 공을 가로채거나 슈팅을 때릴 때마다 이 함성을 외쳤다.
경기시작과 동시에 공중볼을 다투던 박진섭이 거친 몸싸움에 밀려 넘어졌다. 중국이 어떤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이웨이준이 대놓고 박진섭을 걸어 넘어뜨렸지만 파울도 불리지 않았다. 관중들도 “짜요!”를 외치며 일방적으로 중국을 응원했다.
옆에 앉은 중국 기자들은 탄성을 내뱉었고 관중들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홍현석은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쉿' 세레머니를 보였다. 경기장에 들어와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다.
홍현석이 기선을 제압하자 경기는 술술 풀렸다. 전반 35분 송민규가 조영욱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전반전에만 2-0을 만든 한국이다. 송민규의 세레머니 역시 패기넘쳤다. 두 손을 귀에 갖다대며 '해볼테면 더 해봐라'라는 식의 세레머니를 펼쳤다.
후반전에도 한국의 흐름이었다. 간혹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은 한국은 무실점 2-0 승리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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