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원회에 내 말을 전해달라."
콜린 벨(62)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30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저장성 원저우의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맞대결을 펼쳐 1-4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들어간 북한의 자책골로 앞서 갔지만, 전반 20분 프리킥으로 실점했고 손화연이 어처구니 없는 퇴장 판정으로 그라운드에서 물러간 뒤 후반전 내리 3골을 허용하면서 1-4로 패배, 25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북한은 경기 내내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에이스' 지소연을 향해서는 발목을 노리고 들어간 일명 '가위차기' 양발 태클이 나왔지만, 옐로카드에 그쳤다. 다이렉트 레드카드와 사후 징계까지 갈 수 있는 질 나쁜 파울이었지만, 경고로 끝났다.
전반 6분에는 북한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손화연이 리혜경에 밀려 넘어졌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전반 동점골 장면도 판정이 애매했다. 전반 17분 김경영이 드리블 한 뒤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연결 동작에서 파울이 불렸고 결국 이때 내준 프리킥으로 실점했다.
전반 43분에는 지소연이 공중볼 경합을 하는 상황에서 리학이 고의적으로 등을 돌리며 지소연 혼자 뜨는 상황이 발생, 높이 떠오른 뒤 중심을 잃고 그대로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지소연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물론 경고도 없었다.
후반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밀치고 잡아당겨도 북한에 카드는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후반 27분에는 전은하가 북한의 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는 과정에서 수비수가 어깨를 잡아 넘어뜨렸지만, 이번에도 페널티 킥은 주어지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시간에는 김청미가 넘어져 있던 심서연의 발을 고의로 밟았지만, 역시나 카드는 없었다. 오히려 항의하는 지소연에게 옐로카드가 주어졌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 나선 콜린 벨 대표팀 감독은 분노했다.
벨 감독은 먼저 손화연의 퇴장 장면을 짚었다. 그는 "공이 넘어왔고 스트라이커는 헤더를 시도했다. 상대 골키퍼는 펀칭을 위해 튀어 나왔다. 그리고 심판은 경기를 박살냈다"라며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월드컵이 바로 몇 주 전에 열렸다. 난 대기심에게 이 경기의 주심이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적 있는지를 물었다. 없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라며 "이런 대회에서는 최고의 심판, 최고의 조직위가 있어야 한다. 페널티 킥이 있어야 했던 상황을 볼 수 있었고 우리 선수들은 경기하다가 다쳤다. 아주 고맙다"라며 거센 어조로 비판했다.
경기장 안에서의 일만으로 분노한 벨 감독이 아니었다. 대회 진행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회에는 17팀이 참여했는데 A~C조까지는 3팀이, D조와 E조는 4팀이 속해 있다. 조별리그 경기 숫자부터 차이가 발생했다. C조에 속했던 북한은 캄보디아가 기권하면서 싱가포르와 두 경기만 치르면 되는 상황이었으며 E조 한국은 필리핀, 미얀마, 홍콩을 모두 상대했다.
벨 감독은 "16팀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데 4팀이 4조로 나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2팀이 경쟁하는 조가 있었다. 우리는 48시간 전에야 조별리그를 마쳤다. 이런데도 우린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난 공정한 스포츠를 원한다. 공격적이고 거칠기도 하지만, 공정한 스포츠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며 "이번 대회는 공정성과는 완벽한 대척점에 있다. 조직위원회에 내 말을 전해달라. 다음 대회에는 16개 팀이 4조로 나뉘어 경쟁하게 만들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말이다"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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