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침착하던 지소연(32, 수원FC위민)이 분노했다. 억울한 마음에 자리를 쉽게 뜨지도 못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30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저장성 원저우의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맞대결을 펼쳐 1-4로 역전패했다.
한국은 전반 11분 북한의 자책골로 앞서 나갔지만, 한 골을 내줘 1-1이 됐다. 이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손화연이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인 한국은 별달리 힘을 쓰지 못하고 북한에 연달아 3골을 내주면서 패배했다.
경기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쏟아졌다. 전반 6분 뒤에서 한 번에 넘겨준 공을 잡은 손화연이 빠르게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공을 잡아냈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의 20번 리혜경이 손으로 잡아 넘어뜨렸다. 하지만 파울은 선언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은 선취골을 넣었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리혜경의 자책골이 터진 것. 그러자 북한은 거칠게 돌변했다. 지소연을 향한 양발 태클이 나왔고 공중볼 상황에서 일부러 경합에 나서지 않아 한국 선수 홀로 뜨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특히 전반 43분에는 팀의 핵심 지소연이 위험하게 떨어지며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전반 20분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북한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그러던 중 이 경기의 승패를 가른 판정이 나왔다. 한국의 공격 상황에서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기 위해 몸을 던진 손화연이 골키퍼 손에 맞은 것. 그러나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쪽은 손화연이었다. 득점 찬스에서 날아오는 공을 향해 헤더를 시도했고 오히려 골키퍼 김은휘의 팔에 머리를 맞았지만, 경기장에서 물러난 쪽은 손화연이었다.
경기 종료 후 콜린 벨 감독 여자대표팀 감독은 분노했다. 그는 "뭔가 갑자기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이뤄졌다"라며 "이번 경기 심판이 자격이 있는 심판인지 모르겠다. 심판이 경기를 박살냈다. 이런 대회에서는 심판의 판정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심판 판정은 의문이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기자회견 후 지소연을 만났다. 지소연은 "축구를 하면서 심판 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 않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심판 능력을, 자질을 의심해 볼 만한 경기였다. (손)화연 선수 퇴장은 말이 안 된다. 모르겠다. 90분 내내 우리는 북한 선수들과도 싸워야 했는데 심판 판정이...저희는 충분히 11명이서 계속 경기를 했다면 해볼 만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80분까지 잘 버텼다. 4실점을 할 경기가 아니었다. 마지막 집중력에서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화가 나는 건 심판의 결정이 너무도 저희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소연은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언페어(Unfair, 불공평)한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 11명이서 했다면 지진 않았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소연은 "저희는 월드컵의 아픔도 있다. 한 번 더 올림픽 예선에서 북한을 만나야 한다. 그렇기에 더 좋은 분위기로 가져가고 싶었다. 굉장히 어려운 경기를 했다. (북한이) 축구뿐만 아니라 말싸움으로도 너무 힘든, 비매너 경기를 했다. 많이 힘든 경기"라고 전했다.
지소연의 분노는 이어졌다. 그는 "전반전에도 제가 당한 태클, VAR 있었다면 레드카드까지 나올 수 있었던 파울이다. 후반전 페널티 킥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지만, 경고도 안 나갔다. 심판 많이 아쉬웠다. 처음으로 저도 이성을 잃은 경기다.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도 결과는 저희가 진거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모르겠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소연은 "제가 징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흥분한 상태로 경기 끝나고도 심판에게 항의했다. 심한 말도 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심판도 충분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심판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인터뷰를 마친 지소연은 분노와 억울함에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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