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
한마디 이별의 말도 없이 훌쩍 우리 곁을 떠나가셨군요. 1년간 암투병으로 고생만 하시고....
아픈 와중에도 편집인이자 스포츠국 대표로서 회사일도 병행하며 책임을 다하셨는데 이렇게 홀연히 하늘나라로 가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조형을 만난지 어언 34년이 됐네요. 첫 직장이었던 일간스포츠 체육부에서 조형을 처음 만나 지도를 받으며 스포츠 기자란 무엇인가, 어떻게 기사를 써야하는 가 등을 배우며 지금까지 함께 해왔는데 다시는 조형의 그 인자한 가르침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젊었을 때 엄한 데스크 밑에서 함께 고생하던 시절부터 OSEN 창업동지로 어려웠던 회사 초창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애쓰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조용하면서도 세밀한 조형 덕분에 OSEN이 지금 대한민국 스포츠연예매체 1등을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OSEN 편집국장을 거쳐 대표이사 그리고 편집인에 이르기까지 조형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후배로서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보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조형은 내가 아는 체육기자들 중에서 가장 스포츠 상식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축구면 축구, 야구면 야구, 여타 종목까지 스포츠 전분야에서 깊이 있는 지식과 기록을 꿰차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스포츠의 예전 기록들을 막힘없이 풀어낼때면 정말 최고의 스포츠기자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한평생 베테랑 스포츠 기자로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스포츠 세계대회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후배들의 본보기가 됐습니다.
조형은 또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셨고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여준 점도 잊을 수 없습니다. 특별히 지리학과 출신답게 '인간 내비게이션'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각지역의 지리와 문화 등을 이야기할 때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정작 본인은 "지리학과 출신과는 상관없는 잡지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요즘처럼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우리에게는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인격적으로나 기자로서나 선후배들로부터 귀감이 됐던 조형. 이제 좋은 시절을 스스로 만들고 그 덕분에 즐길 일만 남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가다니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타사는 '선배'로 부르지만 우리는 친숙하게 '형'으로 호칭하는데 더 이상 '남제형'을 찾지 못하는게 황망합니다.
조형,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안히 쉬십시요.
/후배 박선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