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미소 대신 고개를 숙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불미스러운 논란의 중심에 선 만큼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권순우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의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복식 8강전에서 홍성찬과 한 조를 이뤘다. 일본 하자와 신지-우에스기 가이토 조를 상대로 2-0 승리를 가져왔다.
아시안게임 테니스는 3~4위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권순우-홍성찬 조는 동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권순우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승리 소감보다 며칠 전에 있었던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태국 삼레즈 선수와의 대결에서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의 불필요한 행동 때문에 삼레즈 선수도 많이 불쾌했을 텐데 다시 한번 사과하고 싶다”. 권순우의 말이다.
세계 랭킹 112위 권순우는 지난 25일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 랭킹 636위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게 1-2로 패한 뒤 테니스 라켓을 부수고 상대 선수의 악수 요청을 거절하는 등 매너 없는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순우는 26일 오전 삼레즈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오후 자필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잘못을 뉘우쳤다.
중국 포털 사이트 ‘소후닷컴’에 따르면 “삼레즈는 1세트 후 약 10분간 화장실을 다녀와 권순우가 불만을 품게 했다. 2세트에서 권순우가 분위기를 타자 삼레즈가 갑자기 인저리타임을 신청해 힘없이 웃었다. 권순우가 심판에게 다가가 따졌지만 심판의 운영능력이 정말 형편없었다. 아시안게임 심판은 WTF심판만큼 좋지 않고, 현장시스템이나 인력 구성도 투어심판과 비교할 수 없었다. 심판이 태국 선수의 행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레즈가 규칙을 벗어난 행동으로 경기운영에 지장을 초래했지만 심판이 전혀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에 권순우가 온전히 피해를 보면서 상대 선수와 심판에게 모두 화가 난 상태였다.
결정적 사건은 3세트에 터졌다. 0-5로 뒤진 권순우가 4-5까지 추격하자 갑자기 삼레즈가 “허벅지 마사지를 하고 싶다”며 메디컬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에 화가 난 권순우가 삼레즈에게 직접 말다툼을 하러 갔다. 재개된 경기에서 삼레즈가 서브를 잡아 승리를 거뒀다. 결국 인내심을 잃고 폭발한 권순우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
이에 권순우는 “경기 중에 서로 경쟁할 수 있는데 삼레즈 입장에서 그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제가 많이 흥분해 불필요한 행동이 나왔다. 깔끔하게 실력으로 진 거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의 불필요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서 실망하셨을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비매너 논란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권순우는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개인 단식이 아닌 복식 경기에서 홍성찬 선수에게 최대한 피해를 안 주려고 오늘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권순우-홍성찬 조는 4강에서 중국의 장즈전-우이빙 조 또는 인도의 사케스 미네니-람쿠마르 라마나탄 조와 맞붙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