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제이든 산초(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음을 고쳐먹는 수밖에 없다. 에릭 텐 하흐(53) 감독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맨유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카라바오컵 32강전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3-0으로 제압했다. 오랜만에 거둔 시원한 승리였다.
승리만큼이나 화제가 된 주제가 있었다. 바로 '문제아'로 전락한 산초 이야기였다. 그는 후보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이날도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텐 하흐 감독과 갈등이다. 산초는 지난 4일 아스날전에서 배제된 뒤 텐 하흐 감독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불화를 드러냈다. 당시 텐 하흐 감독은 훈련장에서 활약이 좋지 않아서 그를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산초는 자신이 '희생양'이라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텐 하흐 감독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산초를 그냥 둘 리 없었다. 해당 글은 빠르게 삭제됐지만, 산초는 여전히 1군 훈련에서 배제돼있다.
심지어 산초는 훈련장뿐만 아니라 1군 라커룸과 식당에서도 추방된 채 아카데미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하고 있다. 텐 하흐 감독은 그가 사과하기 전까지는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 하흐 감독은 여전히 냉랭했다. 영국 '토크 스포츠'에 따르면 그는 팰리스전 후 인터뷰에서 산초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기용할 수 없는 선수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산초는 소셜 미디어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프로필도 빈칸으로 남겨뒀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의 행동이 건설적인 움직임이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 그건 산초에게 달려 있다"라며 "난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제 산초에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거나 이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수밖에 없다. 맨유도 텐 하흐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산초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는 지난 2021년 그를 데려오면서 무려 7300만 파운드(약 1199억 원을)를 투자했지만,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품고 갈 수 없다는 각오다.
'ESPN'에 따르면 산초는 아직도 사과하길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든 1군 시설 출입이 금지된 만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과감하게 내쳤던 텐 하흐 감독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친 동료들도 산초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ESPN은 "마커스 래시포드, 루크 쇼, 해리 매과이어 등 맨유 선수들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들은 산초에게 올드 트래포드에서 커리어를 지키려면 텐 하흐 감독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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