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자카르타에서 금메달을 딴 것보다 오늘의 은메달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뺨치는 출중한 외모는 물론 아시안게임 사브르 개인전 3회 연속 정상에 오를 만큼 뛰어난 실력 그리고 후배의 금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마음씀씀이까지. 그야말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의 정석이었다.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4연패에 도전한 구본길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오상욱에게 7-15로 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오상욱을 꺾고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랐던 그는 연속 우승 행진의 마침표를 찍게 됐지만 아쉬움은 1도 없었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구본길은 “사실 4연패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도전하는 자체만으로도 제겐 큰 영광이었다. 4연패에 실패했다고 많이 아쉽지도 않고 (오)상욱이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5년 전 자카르타에서 금메달을 딴 것보다 오늘의 은메달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예선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많이 긴장했는데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어 마음이 많이 편했다. 상욱이와 경기할 수 있어 마음이 더 편했던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구본길이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게 되면 박태환(수영), 남현희(펜싱) 등과 함께 한국 선수 하계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개인전 금메달을 못 따게 된다면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는 거지만 다른 종목에서 누군가가 (하계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세울 수 있겠지만 나고야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이라도 따서 펜싱 역사의 새로운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구본길을 제치고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4연패를 의식하지 않았다. 5년 전에 패했던 기억이 있어 처음에는 긴장했었는데 후반 들어 경기를 잘 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결승에서 한국 선수끼리 만나게 되어 마음은 편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준우승을)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기고 싶었고 금메달을 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