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생강은 오래 묵을수록 맵다”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경험이 많거나 익숙한 이가 더 잘하는, 평범함 속에 담긴 이치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시간의 흐름에 묻혀 퇴색함을 꿋꿋이 거부하는 노익장에게 어울릴 법한 말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는 한때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다. ‘신계의 사나이’라고 불릴 만큼 독보적 골 솜씨를 뽐내던 으뜸의 골잡이였다. 그 호날두도 촌음이 아깝다는 양 쉼 없이 가는 세월의 무정함을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듯 보였다. 시나브로 노쇠화의 기미를 나타냄으로써 천리(天理)인 시간의 흐름에 저항할 수 없는, 그도 어쩔 도리 없는 하나의 인간에 지나지 않음이 뚜렷하게 엿보였다.
그래도 호날두는 ‘묵은 치부장’은 아니었다. 쓸데없는 존재라 까맣게 잊힐 수만은 없다는 듯 또 하나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비록 중심 무대를 떠나 변죽인 아시아 마당에서 뛰며 세운 기록일망정 축구사의 한쪽을 장식할 만한 거보(巨步)였다. 세계 축구 사상 처음 1,000경기 무패로 아로새긴 금자탑을 세웠다.
클럽과 국가대표팀 오가며 ‘1,000고지’ 등정… 그 기록의 끝은?
최근 며칠 사이에, 호날두는 ‘기록 제조기’라는 별호에 걸맞은 걸음을 잇달아 뗐다. 1,000경기(776승 224무)는 물론 더 나아가 1,001경기(777승 224무)까지 ‘무패 가도’를 내달렸다(A매치/1부리그 기준). 대단한 기록이었건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리’를 택한 사우디아라비아행에 따른,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 모르겠다.
지난 19일(이하 현지 일자), 호날두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그룹 스테이지 E조 페르세폴리스(이란)와 맞붙은 첫판(2-0 승)에서 1,000경기 무패 고지에 올라섰다. 그리고 사흘 뒤인 22일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 알아흘리 사우디전(4-3 승)에서 무패 기록을 한 경기 더 늘렸다. 선제골과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맹활약을 펼친 한판이었다.
호날두는 2002년 스포르팅 CP에 둥지를 틀고 프로 1부 무대에 데뷔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002-2003시즌 31경기에서 21경기(13승 8무)로 무패 기록의 첫걸음을 내디뎠다(표 참조). 이번 시즌까지, 호날두는 총 1,183경기에 출전해 1,001경기 무패의 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
2003-2004시즌, 호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빅리그 마당을 밟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무패 기록을 쌓아 갔다. 가장 패배와 낯설었던 팀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438경기 가운데 386경기(316승 70무)에서 패배를 몰랐다. 그 뒤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84경기/214승 70무)→ 유벤투스(114경기/91승 23무)→ 알나스르(28경기/22승 6무) 순(클럽 기준)으로 잇고 있다.
A매치에서도,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주득점원으로서도 성가를 드높였던 호날두는 괄목할 만한 전과를 올렸다. 168경기(121승 47무)경기에서 패배를 거부했다.
“늙은 호랑이가 토끼 틈에서 사나움을 드러내려 한다. 그런데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날 때,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 비아냥거림이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른 조소라고 맞받아치는 듯한 호날두의 꺾이지 않는 기세요, 몸놀림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