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을 데려오자'는 전략은 실수였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이 지난 4년간 행보를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20일(한국시간) "레비 회장은 조세 무리뉴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선임은' 실수'였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구단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레비 회장은 최근 주장 손흥민,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팬 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250여 명의 팬들 앞에서 90분간 여러 질문에 답했다. 그는 해리 케인 바이백 조항과 티켓팅 정책 재검토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소 껄끄러운 주제도 나왔다. 바로 지난 4년간 토트넘을 거쳐 간 감독들 이야기였다. 토트넘은 지난 2019년 11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갈라선 뒤 무리뉴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콘테 감독을 차례로 선임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이 지휘했던 2021-2022시즌 후반기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실패에 가까웠다.
무리뉴 감독과 콘테 감독 모두 트로피 없이 토트넘을 떠났다. 두 감독 모두 어떻게든 트로피 하나는 들어 올리며 '우승 청부사'로 유명했지만, 토트넘에선 나란히 실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지루한 축구로 강팀만 만나면 무너지며 경질당했고, 콘테 감독도 수비적인 축구와 팀을 비난하는 인터뷰 끝에 계약을 해지했다.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 시절 프리미어리그 6위와 7위에 머물렀고, FA컵 5라운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이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EFL컵 준우승이 그나마 성과였다. 콘테 감독과는 리그 4위와 8위, 그리고 EFL컵 4강, UCL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레비 회장은 그간 무엇을 배웠느냔 질문에 "난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우승을 원한다. 하지만 우승하지 못하는 좌절감과 일부 선수들과 팬들의 큰 압박이 내게 영향을 미쳤다. 우린 우승과 이름 있는 감독, 이름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난 우리가 거의 우승할 뻔했던 시기를 겪었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아주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까웠고 전략에 변화가 있었다"라며 "'우승 감독을 데려오자'라는 전략이었다. 우리는 두 번 그렇게 했는데 실수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들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이 팀에는 아닐 수도 있다"라며 실패를 인정했다.
반성한 레비 회장의 선택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그는 "우리는 특정 방식으로 경기하길 원한다. 만약 그게 우승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뜻이라면 아마도 그게 우리에게 맞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데려왔다. 내 입장에선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레비 회장은 "솔직히 유명한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난 단지 누군가가 우리 DNA를 이해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아카데미를 믿으며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팬들과 관계를 맺고, 우리 팀이 가진 자원과 가지지 못한 자원을 이해하고, 팀의 일원이 되길 원했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신선한 공기"라고 강조했다.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임은 정답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두며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내용 면에서도 주도적인 공격 축구를 펼치며 13득점 5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간 수동적인 축구에 질렸던 토트넘 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토트넘을 응원하기로 유명한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도 "우리는 빅 엔지(포스테코글루 감독 애칭)를 사랑한다. 정말 그의 축구를 즐기고 있다"라며 "토트넘은 훌륭한 축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도 정말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토트넘 팬들인 우리에겐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고 기뻐했다.
레비 회장 역시 "난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사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 내 앞에서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이 클럽은 원래대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라며 "간단하다. 우리는 토트넘을 되찾았다. 그저 우리가 예전에 보던 축구를 보고 있다고 느낀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다. 선수들이 모든 걸 바치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말이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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