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의 역사적인 승리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일본 '사커 다이제스트'는 20일 "창단 20년 만에 처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한 한국의 인천이 원정 팀의 품격을 보여줬다"면서 "쾌승을 거둔 인천은 경기 후 라커룸을 깨끗하게 한 뒤 화이트 보드에는 '고맙다'는 말까지 적었다"고 전했다.
인천은 지난 시즌 4위에 올라 ACL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까지 진출했다. 첫 상대는 지난 시즌 일본 J1리그 챔피언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였다. 요코하마는 2019년 인천 감독이었던 고(故) 유상철이 뛰던 팀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천의 패배를 점쳤다. 하지만 인천은 19일 요코하마와 2023-2024시즌 ACL 조별리그 G조 1차전 원정경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전반은 2-2로 팽팽했다. 하지만 인천은 후반 30분 에르난데스가 제르소의 패스를 골로 연결, 승기를 잡았고 후반 34분 다시 에르난데스가 쐐기골까지 넣어 승리를 확인했다.
상대 요코하마는 방심한 탓인지 대부분의 선수를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에 인천은 특유의 역습축구로 요코하마 수비진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 4골 모두 내려 섰다가 일제히 역습에 나서는 전술로 뽑아낸 것이었다.
이날 역전골과 쐐기골을 넣은 에르난데스는 후반 16분 무고사와 교체돼 경기장을 밟았다. 에르난데스의 두 골을 모두 도운 것 역시 후반 28분 투입된 음포쿠였다. 조성환 인천 감독의 벤치 운용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인천은 응원전도 완벽했다. 인천 응원단은 원정 경기에 나서며 대형 현수막을 준비해 경기장에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유상철을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사커 다이제스트', '풋볼 존' 등 일본 매체들도 감동적인 현수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천 응원단이 이 현수막을 내건 이유는 고마움 때문이었다. 요코하마는 1999년부터 2000년, 2003~2004년 구단에 몸담은 유상철 감독의 기일(6월 7일)을 매년 기억하고 있다. 유상철 전 감독은 췌장암으로 2021년 생을 마감했다.
요코하마는 지난 6월 7일 우라야스와 일왕배 64강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서포터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이 때 서포터는 요코하마 선수들 뒤에 유상철 감독의 선수시절 등번호 '8'을 내걸었다. 1주기 때와 마찬가지.
인천의 승리를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라커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라커룸을 깨끗하게 비운 것이다. 조그만 쓰레기 하나 없이 치운 뒤 '고맙다'고 썼고 소셜 미디어에 "깨끗하고 즐거운 마음 안고 인천으로 돌아갑니다"라고 소셜 미디어로를 통해 작별인사까지 건넸다.
이를 본 일본 축구 팬들은 "완벽하다", "대단하다", "잘했다", "경기도, 응원도, 벤치도, 라커룸도 전부 이겼다"며 인천의 역사적이고 완벽했던 ACL 첫 승을 인정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