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토트넘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터트리며 2-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5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며 승점 13점(4승 1무)으로 2위가 됐다.
드라마 같은 역전극이었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지만, 오히려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28분 롱스로인 상황에서 바운드된 공을 뒤에 있던 셰필드 구스타보 하머르가 달려들어 슈팅, 공은 골대를 때린 뒤 토트넘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가시간 대반전이 펼쳐졌다. 후반 추가시간 8분 히샬리송이 코너킥에서 헤더로 동점골을 터트렸고, 2분 뒤엔 데얀 쿨루셉스키가 히샬리송의 패스를 천금 같은 역전골로 연결했다. 게다가 셰필드는 올리버 맥버니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처했고,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짜릿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쓴 명승부였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98분까지 지고 있던 팀이 승부를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토트넘이 지난해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작성한 95분 이후 역전승이었다.
하지만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문제가 생겼다. 바로 몇몇 토트넘 팬들이 셰필드 수문장 웨스 포더링엄에게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른 것.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종차별적 모욕과 가족을 건드리는 욕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더링엄은 1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난 상대 팬들이 부르는 그 어떤 이름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종차별과 가족들을 위협하는 건 하지 말아라. 타자를 치기 전에 생각해라"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항의했다.
토트넘 팬들은 포더링엄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고 의심해 도를 넘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더링엄은 전반부터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며 야유를 받았다. 실제로 주심은 후반 추가시간을 12분이나 선언했다.
그러나 인종차별과 가족 관련 욕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셰필드 구단은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셰필드는 "우리는 토트넘전 이후 포더링엄이 받은 인종차별적이고 학대적이며 위협적인 메시지를 비난한다. 클럽은 이제 사건을 조사하고 포더링엄을 지원하는 관련 기관들과 협력할 것이다. 우리 경기에 인종차별이 자리할 곳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토트넘도 곧바로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토트넘은 "우리는 포더링엄에게 보낸 인종차별적이고 학대적이며 위협적인 메시지를 듣고 역겨움을 느끼고 있다. 구단은 모든 형태의 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셰필드와 관련 단체들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 출입 금지 조치를 비롯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토트넘은 "우리는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이른바 팬들에게 구단 차원에서 입장 금지를 포함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더링엄은 토트넘전 도중 부상까지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미키 반 더 벤의 팔꿈치 쪽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폴 헤킹바텀 셰필드 감독은 경기 후 "누군가(반 더 벤)가 등을 돌리고, 팔꿈치를 들고 우리 골키퍼에게 뛰어들었다. 그는 바늘로 꿰매야 한다"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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