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주장의 품격은 넘쳐났다.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주장다운 리더십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토트넘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터트리며 2-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개막 후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순위는 승점 13점(4승 1무)으로 맨체스터 시티(승점 15점)에 이은 2위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지만, 오히려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28분 롱스로인 상황에서 바운드된 공을 뒤에 있던 셰필드 구스타보 하머르가 달려들어 슈팅, 공은 골대를 때린 뒤 토트넘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가시간 대반전이 펼쳐졌다. 주심은 셰필드의 시간 지연을 이유로 추가시간 12분을 선언했다. 이는 토트넘이 역전극을 완성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손흥민 대신 투입된 히샬리송이 코너킥에서 헤더로 동점골을 터트렸고, 2분 뒤엔 데얀 쿨루셉스키가 히샬리송의 패스를 천금 같은 역전골로 연결했다. 게다가 셰필드는 올리버 맥버니가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했다. 결국 승부는 토트넘의 드라마 같은 승리로 막을 내렸다.
'캡틴' 손흥민에게도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비록 그는 후반 35분 교체되며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주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동점골과 쿨루셉스키의 역전골 상황에서 벤치를 박차고 뛰쳐나가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팬들 앞으로 다가가는 과정에서 히샬리송을 끌고 맨 앞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그는 1골 1도움을 기록한 히샬리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동료이자 경쟁자인 히샬리송에게 큰 힘이 될 만한 장면이었다. 그는 최근 개인사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고,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그는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고, 최근엔 심리 상담을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그런 히샬리송이 드디어 올 시즌 리그 마수걸이 골을 뽑아낸 것. 이를 잘 알고 있는 손흥민은 그를 콕 집어 주인공으로 선정하며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러자 히샬리송도 마음껏 웃으며 팬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한 손흥민 덕분이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역시 손흥민을 극찬했다. 그는 19일 손흥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캡틴 멘탈리티 ON...뭐라고 할 말이 전혀 없다. 그저 존경한다"라며 히샬리송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리는 손흥민의 사진을 공유했다.
로마노에 따르면 손흥민은 히샬리송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히샬리송의 득점을 보니 내가 골 넣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그는 지난주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그래서 어떻게 그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손흥민은 "나는 히샬리송을 사랑한다. 그는 재능 있는 친구다. 그가 최근 불운과 개인적인 이유들 때문에 자책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웠다"라며 "나도 비슷하게 어려운 시간을 겪어본 경험이 있기에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히샬리송이 이번 골과 이번 경기 이후로 성장하고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이 보여준 주장다운 모습에 환호했다. 팬들은 "인간다움이 무엇보다 먼저다", "진정한 리더!", "이게 바로 캡틴이라 부르는 것", "우리 브라질인들은 당신을 사랑한다, 손흥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자신을 아스톤 빌라 팬이라고 밝힌 한 사용자는 "올 시즌 이 토트넘을 좋아한다. 정말 보기 좋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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