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말을 바꿨다. '김민재 안티'로 유명한 이탈리아 언론인 프란체스코 마롤다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김민재(27)의 공백을 인정했다.
이탈리아 '아레아 나폴리'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저널리스트 마롤다가 뤼디 가르시아 감독과 나폴리 선수들의 시즌 초반을 분석했다"라며 마롤다의 발언을 전했다. 현재 나폴리는 3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리그 6위를 기록 중이다.
마롤다는 TV 채널 '텔레보메로' 방송에 출연해 "나폴리는 변하고 있다. 이는 가르시아 감독의 실수다. 하지만 그를 혼자 둬야 한다. 그에게 일할 시간과 실수할 권리를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가르시아 감독은 나폴리가 오랫동안 세워온 경기 방식을 바꾸려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 나폴리는 라인을 조금 더 낮췄고, 측면이나 롱패스로 플레이를 시작하고 있다.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의 존재감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 이름도 언급됐다. 마롤다는 "나폴리는 현재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빅터 오시멘이 상대 수비수들에게 너무 혼자 고립돼 있다. 지금 나폴리는 약해졌다. 본질적으로는 이전과 같지만, 수비진에 김민재가 없기 때문"이라며 "나폴리는 수비에서 더 발전해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폴리는 지난 3일 홈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라치오에 1-2로 무릎 꿇었다. 당시 나폴리는 전반 30분 루이스 알베르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2분 뒤 피오르트 지엘린스키의 동점골로 따라잡긴 했지만, 후반 7분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 가마다 다이치에게 추가 실점하며 패배를 맛봤다.
2실점 모두 중앙 지역에서 나왔다. 주앙 제주스와 아미르 라흐마니가 짝을 이뤄 호흡을 맞췄지만, 번번이 상대 공격수 마크가 늦었다. 득점을 터트린 알베르토와 가마다 모두 큰 방해 없이 편안하게 득점을 올렸다.
'지난 시즌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 김민재의 빈자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즌엔 제주스 대신 김민재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라흐마니의 약점을 커버했다. 그는 빠른 발과 뛰어난 피지컬을 가진 앞세워 민첩성이 떨어지는 라흐마니를 옆에서 완벽히 보좌했다. 그랬던 김민재가 빠지니 나폴리 수비가 휘청이는 것도 당연하다.
자연스레 김민재의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투토 나폴리'는 "라치오전 패배는 새로운 나폴리의 모든 문제를 노출했다"라며 수비 문제를 우려했다. 매체는 "특히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남아 있다. 아마 지난 시즌 최고 수비수였던 김민재의 매각 후유증을 아직 흡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풋볼 이탈리아' 역시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더 유명한 이름을 데려오는 대신 2001년생 수비수 나탕을 영입하며 이적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했다"라며 "어린 브라질 선수가 김민재가 나가면서 생긴 큰 공백을 메워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물론 그는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 소속 전문가 루카 마체티도 김민재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나폴리는 놀라운 기계였지만,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 2년 차였다. 무엇보다 이제 김민재 한 명이 빠진 게 눈에 띈다"라며 "감독 교체는 이미 3개월 전에 이뤄졌다. 크리스티아노 지운톨리 단장은 8년 동안 스포츠 디렉터로서 팀 정신을 구축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김민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마롤다까지 김민재의 부재를 언급한 건 놀라운 일이다. 그는 김민재 안티 기자로 유명하기 때문. 그는 지난해 여름 김민재가 나폴리에 합류하자마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고, 이후로도 쭉 혹평을 이어갔다.
그간 마롤다는 김민재가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며 상대 공격수와 대결에서 질 때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김민재와 상관없는 실점 장면에서도 그에게 책임을 물었고, 김민재가 실점 빌미를 제공한 것을 사과하자 "다음에도 실수하면 그때는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또 사과문을 작성할 텐가"라며 비꼬기도 했다.
마롤다의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그는 지난 6월에도 "김민재가 동료와 함께 스쿠데토를 들어 올리긴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날 납득시키지 못했다. 내 생각에 그는 오직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만 훌륭하다. 박스 안에서는 늘 공격수를 놓친다"라며 "아마 김민재 같은 수비수를 상대했다면 프란체스코 벨루치가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 마롤다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김민재가 빠진 나폴리 수비진을 보며 그리움을 느끼게 된 것. 역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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