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는 생각보다 생활 가까이 와 있었다. 흔히 수소경제라고 하면 수소 연료로 달리는 전기차를 생각하고, 수소를 원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이런 현실도 있었다. 1분 충전으로 150km를 달리는 수소자전거가 있고, 화석 연료의 효율을 거의 따라잡은 수소 보트도 있었다.
이 같은 ‘현실 자각’은 H2 MEET 조직위원회와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AWAK)가 공동 주관한 ‘H2 MEET 리더스서밋 스페셜 패널 토론’에서 강하게 제시됐다.
‘H2 MEET 리더스서밋 스페셜 패널 토론’은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고양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H2 MEET 2023’의 특별 세션으로 마련됐다.
토론자로는 무라트 아이데미르(Murat Aydemir) FORVIA 전무,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 윤수한 이플로우 대표이사,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가 나섰고 좌장은 손재철 경향신문 기자가 맡았다. 완성차 업계는 아니지만 완성차 보다 더 생활 밀착형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업체들이다.
먼저 포비아(FORVIA)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다. 전 세계 43개국에서 290여 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우리나라에도 1,000명이 넘는 직원이 포비아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이 업체에서는 차량용 연료전지 스텍, 타이프4 수소 저장탱크, 액체 수소 극저온 저장 시스템 등을 생산하고 있고, 이 제품들은 이번 H2 MEET에 출품도 됐다.
빈센(VISSEN)은 수소연료전지 선박 전문 기업이다. 수소연료전지 및 배터리를 활용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시스템으로 친환경 소형 선박, 하이브리드 선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연료 관련 제품으로는 전기 추진모듈(Electric Propulsion Module), 리튬이온배터리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플로우(Eflow)는 수소를 활용한 퍼스널 마이크로 모빌리티 개발 기업이다. 고효율, 고성능 축방향자속형 (AFPM) 모터와 수소연료전지 솔루션을 융합한 마이크로모빌리티 추진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H2 MEET에는 축방향 자속형 (AFPM) 마이크로모빌리티 파워 트레인(AXDRIVE), 리튬이온 배터리 파워 트레인 시스템(AXL),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AXH), 수소연료전지 모빌리티 등을 출품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모빌리티는 수소연료전지 카고 바이크, 수소연료전지 스쿠터, 수소자전거, 수소연료전지 드론(HEFLOW) 등을 출품해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좌장을 맡은 손재철 기자와 기자 패널로 참석한 정진수 기자는 한국자동차 전문기자협회 회원으로 해박한 모빌리티 지식을 뽐내는 전문가들이다.
손재철 좌장은 부드러우면서도 무게 있는 말솜씨로 토론을 이끌며 각 패널들의 지식과 생각을 깔끔하게 끌어 냈다. 손 기자는 “수소 모빌리티는 수소자동차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트, 자전거, 드론 등 이미 다양한 모빌리티에 수소연료전지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 중”이라며 “이에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H2 MEET 조직위원회는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을 펼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특별 패널토론 세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론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을 다녀온 정진수 기자가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정진수 기자는 “먼저 변화된 모터쇼 분위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자동차 종주국으로서 독일의 저력이 느껴지는 그런 행사였다. 최근 5년간 참가 업체들이 급속도로 줄면서 전 세계 모터쇼의 위상은 크게 떨어져 있다. 하지만 이번 독일 모터쇼는 새로운 탈출구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기자는 이어 “여전히 참가 업체들이 많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 공백을 일류 기업들이 메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전장 사업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가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번 모터쇼는 야외로 주무대로 옮긴 것도 주요했던 것 같다. 모터쇼는 전시장에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 무대를 시내 한가운데에 오픈 스페이스라는 공간을 마련해 꾸몄다. 유럽의 고전 건축물과 최신 건물까지 한자리에 볼 수 있는 것이 무척 이색적이었다. 입장료도 없고 누구나 다 모터쇼 현장을 참관할 수 있는 그런 무대였다. 참가 업체들마다 다양한 주력 차종과 앞으로 나올 전기차 콘셉트까지도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체험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무라트 아이데미르 포비아 전무는 한국의 수소 현실을 묻는 질문에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수소 산업이 다른 기업들과 연결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포비아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수소 충전소 확장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 입어 한국이 수소 모빌리티의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는 “배터리를 기반으로 처음 선박 시제품을 만들었을 때 운행 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이해하면 할수록 선박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 주행거리가 짧고 크기가 작은 이동수단은 배터리로 가능하겠지만, 선박 분야는 주행거리 때문에라도 수소로 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울산에 선박 전용 수소 충전소 설치 후 실증사업 추진 중인데, 이게 사실 불법이다. 관련 법규가 없다. 산업부와 협업해 규제 샌드박스 통해 이동형 수소 충전소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실 충전소 이슈는 소형 보트에만 해당된다. 대형 선박은 특성상 수소충전 방식으로난 대응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형 선박용은 세계적으로 액화수소나 암모니아에서 추출하는 방식이 많이 거론된다고 한다.
윤수한 이플로우 대표이사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는 각국 정부가 모터 출력을 제한하고 있어 파워트레인이 아닌 다른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0w, 유럽은 250w로 제한한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모터 제조사로 시작했는데, 배터리를 사용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로는 비교우위를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유럽업체로부터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현대차에 문의했더니 단 한명도 찬성하지 않았다. 수소를 활용한 모빌리티는 소형화 해봤자 경쟁력이 없다고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막상 해봤더니 장점이 많았다. H2 MEET에 출품한 수소연료전지 자전거가 있는데, 이 제품이 5분 충전에 150km를 간다. 충전비는 50센트에 불과하다. 경쟁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라트 아이데미르 포비아 전무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에 대해 이런 비교도 했다. “전동화 시장에 흑백논리가 존재한다. 배터리 아니면 수소 둘 중 하나만 성공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이동수단은 배터리, 큰 단위에서는 수소연료전지로 가야 한다. 선박의 경우는 수소 연료전지 경쟁력이 크다. 수소 경제 전체 볼륨을 늘릴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 경제성을 위해서도 모듈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