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그 자체인 김주성(44) 감독이 KBL 사령탑 정식 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주성 DB 감독은 2002-2003시즌 DB에서 데뷔해 오로지 한 구단에서만 16시즌을 뛰고 은퇴한 전설이다. 정규리그 1위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모두 김 감독이 코트를 누비던 시절 일궈 낸 DB의 역사다.
하지만 김 감독이 은퇴한 2017-2018시즌 이후부터 DB는 플레이오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는 등 내리막을 걸으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일본 전지훈련 중인 감독은 "원주 DB,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겠다"고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DB를 농구 명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감이 있다"고 밝혔다.
2021-2022시즌 코치가 된 김 감독은 이상범 감독 중도 하차 뒤 지난 시즌 중반부터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이 팀을 맡아 11승 14패를 기록, 최종 22승32패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플레이오프 없이 정규시즌마저 단축됐던 2019-2020시즌(공동 1위)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서울 SK와 부산 KCC가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새 시즌 DB의 현실적인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복귀다. 내심 4강도 꿈꾸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DB에서 영광의 시대를 누렸지만 감독은 새로운 영역"이라면서 "DB에 입단했던 그때 그 느낌이 난다. 현역 시절 이 팀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을 앞둔 팀 분위기는 괜찮다. 지난 시즌 고양 캐롯의 살림꾼으로 맹활약한 디드릭 로슨이 합류해 볼 핸들러가 늘었다. KBL에 데뷔하자마자 톱 가드 면모를 뽐낸 아시아 쿼터(필리핀) 이선 알바노도 최상의 컨디션이다. 새로 주장을 맡은 강상재 역시 일본 전지훈련에서 펄펄 날고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김종규와 재활 중인 두경민만 돌아오면 팀은 완벽해진다.
물론 지나친 욕심은 경계 대상. 김 감독은 "태어나서 바로 뛰는 아기는 없다"면서 "기어다니다가 일어서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그런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DB는 경기당 평균 득점은 78.1점. 뒤에서 세 번째였다. 실점은 81.9점으로 대구 한국가스공사(82.2점) 다음으로 많았다. 공수 두루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는 등 ‘DB 산성’을 재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슛을 많이 쏘는 등 공격적인 부분도 동시에 가다듬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빅맨이었던 김 감독은 "나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감독으로서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며 긍정적인 눈빛을 발산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