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4) 감독이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보다 먼저 첫 승을 올리는 것은 아닐까.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의 납득하기 힘든 행동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 사령탑 벤투 감독이 첫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국내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9월 A매치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가진 웨일스전에서 0-0으로 비기며 5경기서 3무 2패로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공격 축구를 표방하면서도 5경기에서 4골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클린스만호는 웨일스전서 암울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웨일스가 유로 예선 때문에 1.5군을 앞세운 데 반해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을 제외하고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 거의 모든 유럽파들을 투입하고도 4개의 슈팅(유효슈팅 1개) 밖에 날리지 못했다. 박스 안에서는 단 1개의 슈팅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제대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아한 경기 모습이었다. 중원이 사실상 삭제된 가운데 세부전술도 보이지 않았다. 측면과 중앙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답답한 경기가 전후반 내내 이어졌다는 평가다.
졸전 끝에 0-0으로 경기가 끝났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아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 아론 램지에게 유니폼을 요구하는 모습까지 보여줘 논란을 일으켰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영국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팬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으면 된다. 상관없다"며 오히려 협박처럼 들리는 안하무인성 발언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UAE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벤투 감독이 13일 오전 0시 코스타리카와 A매치 평가전을 통해 데뷔전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한국과 사우디가 맞붙는 경기보다 1시간 30분 일찍 경기가 펼쳐진다.
벤투 감독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계약기간은 3년. 모국 포르투갈 혹은 폴란드 대표팀을 맡게 될 수도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계약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UAE와 계약은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다. 벤투 감독의 계약이 늦어지면서 데뷔전도 이제야 갖게 됐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까지 한국 대표팀을 지도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임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반 독선적인 선수 기용 때문에 일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명확한 자기 전술과 방향성을 가지고 서서히 여론을 바꿔 나가 결국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은 국내에 상주하면서 K리그와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클린스만 감독과 대비를 이뤘다. 벤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협상이 결렬된 후 한국을 떠나자 많은 팬들이 큰 아쉬움을 표시한 바 있다.
여전히 벤투 감독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많은 국내팬들은 UAE가 승리하길 바라고 있다. UAE는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1960년 이후 64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 걸림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1월 아시안컵은 카타르에서 열려 중동 팀들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벤투 감독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벤투 감독의 UAE 대표팀 선전은 한국 대표팀에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
객관적 전력으로 볼 때 UAE는 코스타리카에 이기기 힘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팀 중 8위인 UAE가 FIFA랭킹 72위인데 반해 코스타리카는 46위다. 더구나 벤투 감독 부임 후 갖는 첫 경기라는 점에서 벤투 감독의 전술이 UAE 조직력에 얼마나 녹아들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의 첫 승을 바라는 팬들이 많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반대급부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팬들은 "이러다가 벤투 감독이 첫 경기에서 승리하고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전에서 비기거나 패하는 것 아니냐"며 씁쓸한 예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실망감 속에 UAE가 승리, 벤투 감독의 데뷔승이 먼저 들릴 경우 상대적으로 사우디전에 실릴 무게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만약 사우디에 패해 6경기 무패가 될 경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설은 들불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