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부상에 부상, 그리고 이번엔 도핑 문제까지. 한때 월드클래스로 불렸던 폴 포그바(30, 유벤투스)가 끝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유벤투스는 12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2023년 9월 11일 오늘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에 시행한 검사 결과에 따라 국가 반도핑 조사위원회(NADO)로부터 예방적인 출전 정지 명령을 받았다고 알린다. 구단은 어떤 다음 조치를 취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 'BBC' 역시 "포그바는 도핑방지 위반으로 경기 출전이 잠정 정지됐다. NADO는 포그바가 지난 8월 3-0으로 승리한 우디네세전 이후 실시한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포그바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벤치만 지켰지만, 경기 후 무작위로 선정한 약물 검사 대상에 포함됐다. 만약 도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는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에 달하는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만 30세인 포그바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축구 인생이 위험하다. 그는 안 그래도 몇 년간 계속된 부상과 부진으로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여기에 출전 자격까지 정지된다면 선수 생명 자체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포그바 측은 고의가 아니라며 자세한 말을 아끼고 있다. 그의 에이전트인 라파엘라 피멘타는 "두 번째 샘플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의견을 내놓을 수 없다"라며 "확실한 사실은 포그바는 절대 규칙을 어기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포그바는 3일 동안 NADO가 제시한 결과를 분석해 반론을 제출할 수 있다. NADO 대변인은 포그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비내성 테스토르테론 대사산물'이 발견돼 도핑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운동선수들의 지구력을 높여주는 남성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금지 약물 중 하나다.
한때 세계적인 재능으로 불렸던 천재의 몰락 위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팀 출신인 포그바는 2012년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이후 4시즌 동안 공식전 178경기에 출전, 34골 40도움을 기록하며 날개를 펼쳤다. 월드클래스로 발돋움한 그는 1억 500만 유로(약 1494억 원)에 다시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맨유 유니폼을 입은 포그바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이적 초기에는 나름 기대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갈수록 기복 있는 활약과 불성실한 태도, 부상이 겹치면서 비판을 받았다. 실망한 맨유 팬들은 경기에 나선 포그바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까지 했다.
결국 포그바는 다시 한번 맨유와 이별하고 유벤투스로 향했다. 그는 두 번이나 자유 계약(FA)으로 맨유를 떠나 유벤투스에 합류하는 희대의 커리어를 쓰며 맨유 팬들이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발표하며 본인을 놓친 맨유가 실수했음을 보여주겠다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기까지 했다.
맨유의 선택은 결코 실수가 아니었다. 포그바는 돌아온 유벤투스에서도 골칫거리일 뿐이었다. 그는 지난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반월판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올랐다.
포그바는 이후로도 꾸준히 부상에 시달렸다. 재활 과정에서 근육을 다치며 카타르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고, 프리킥 연습 도중 또 근육에 통증을 느껴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포그바는 올해 초 4개월간 단 137분만 소화하며 조심스레 복귀 단계를 밟았다. 그는 이따금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기대를 모았고, 지난 5월 크레모네세전을 통해 유벤투스 복귀 이후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경기 시작 21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지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왼쪽 대퇴사두근에 문제가 생겼고,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포그바는 지난 시즌 연봉 884만 파운드(약 146억 원)를 받고도 단 161분만 소화하면서 최악의 먹튀로 불렸다.
올 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포그바는 유벤투스가 치른 리그 3경기 중 2경기에 교체 출전해 총 51분을 뛰었고, 엠폴리전 이후 가벼운 허리 부상을 당하며 또 부상 문제에 휩싸였다. 여기에 예상치도 못했던 도핑 문제까지 터지면서 유벤투스의 한숨은 깊어지고만 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