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27, 한국토지신탁)이 생애 처음으로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했다.
박지영은 10일 경기도 여주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파72/예선 6,689야드, 본선 6,668야드)에서 막을 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 1,600만 원)에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2023 KLPGA투어 스물 세번째 대회이자 네 번째 메이저 대회다.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코스 세팅이 유별나게 까다로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종 스코어만 봐도 여느 대회와 다르다. 우승을 한 박지영의 최종합계는 2언더파 286타(75-67-73-71)다. 최종합계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박지영이 유일하다.
1오버파, 공동 2위로 대회를 끝낸 김민별은 3라운드 성적만 보면 우승권에 넣기도 어려웠다. 중간합계 6오퍼파로 공동 10위에 랭크됐던 김민별은 최종일 경기에서 5타를 줄였는데 성적이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김민별 외 공동 2위에는 박지영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이가영과 이예원이 있다. 이가영은 최종일에서만 4타를 잃었고, 이예원은 3타를 잃었다. 엄청난 고난의 길이었다.
그 와중에 박지영은 최종일에서도 1타를 줄였다. 전반에 버디 1개, 보기 1개로 본전치기를 했고 후반에는 그 어렵다는 파5 15번홀에서 버디를 했다. 이 버디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박지영을 강하게 압박했던 이예원은 전반은 올파로 끝냈지만 10번홀과 문제의 15번홀, 그리고 18번홀에서 보기를 했다. 이가영은 초반부터 난조에 빠지며 힘들어 했다.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8회째 열리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KLPGA를 대표하는 메이저 대회로 자리잡았다. KB금융 소속의 전인지도 1년 여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했다.
올 시즌 19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의 컷 탈락 없이 2승을 달성하고 톱텐에 8번 이름을 올린 이예원도 소속사가 주최하는 대회의 우승컵을 노리며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메이저대회 우승컵의 향방은 사람 마음먹기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박지영은 “생애 첫 메이저 우승해서 기쁘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의 물꼬를 튼 만큼 남은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정규 투어에서 뛰어 투어 9년차를 맞는 박지영도 이제야 처음으로 메이저 맛을 봤다.
박지영은 “4일 동안 버텨준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박지영은 2016년 ‘제10회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했고, 2019년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Golf’, 2022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띄엄띄엄 우승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올해 들어 승수가 많아졌다. 시즌 개막전인 작년 12월의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7월의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2023’에 이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까지 챙겨갔다. 우승 성적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통산 7승을 챙기는 사이 박지영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박지영은 이날 우승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비거리 늘면서 짧은 클럽을 잡게 돼 코스 공략과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거기에 쇼트게임까지 좋아지면서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승에 대한 간절함이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이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연륜이 충분히 찼을 때 더 수월하다는 진리를 박지영을 통해 알 수 있다. “3승도 처음해보는 거라 기쁜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정말 기쁘다. 우승을 정말 하고 싶었고, 그래서 집중을 정말 많이 했다. 끝나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집중했던 것 같다”는 말에서 간절함이 묻어난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