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00만 유로(약 243억 원).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열심히 일해도 벌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주앙 펠릭스(24, FC 바르셀로나)는 꿈을 위해 이를 포기했다.
펠릭스는 올여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펠릭스를 2024년 6월 30일까지 임대하는 데 합의했다. 영구 이적 옵션은 없다"고 발표했다. 등번호는 요한 크루이프의 14번을 물려받았다.
펠릭스가 꿈꾸던 그림이다. 그는 지난 2019년 큰 기대 속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이적료는 무려 1억 1300만 파운드(약 1882억 원). 포르투갈 국적 펠릭스는 '제2의 호날두'라는 평가를 받던 만큼, 곧바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펠릭스는 그는 점차 경쟁에서 밀려났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도 마찰을 빚으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결국 입지를 잃은 펠릭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 첼시에서 임대 생활을 보냈지만, 첼시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며 쓸쓸히 복귀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는 여전히 펠릭스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다"라는 폭탄 발언을 터트리며 문제를 키우기까지 했다. 팬들도 경기장에서 그의 이름이 불리면 야유를 퍼부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펠릭스의 동행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이 펠릭스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는 오일 머니의 유혹을 뿌리친 채 바르셀로나행만을 외쳤다.
결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펠릭스의 바르셀로나 합류를 허락했다. 두 팀은 같은 리그 내 라이벌 관계이지만, 펠릭스는 강력한 의지로 이적을 성사시켰다. 바르셀로나 구단도 "펠릭스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라며 "공개적으로 자기 소망을 드러내 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심지어 펠릭스는 막대한 돈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 '아 볼라'에 따르면 그는 이번 계약으로 약 1700만 유로를 잃게 됐다. 어린 시절 꿈과 수백억을 바꾼 셈이다.
펠릭스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연봉으로 대략 600만 유로(약 86억 원)를 받았지만, 바르셀로나에선 40만 유로(약 5억 7000만 원)만 받게 된다. 이번 시즌에만 무려 560만 유로(약 8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임대를 허락하면서 펠릭스와 2029년 여름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연봉은 300만 유로(약 43억 원)로 반토막을 냈다. 따라서 2029년까지 2400만 유로(약 343억 원)를 받을 수 있었던 펠릭스는 이제 1200만 유로(약 172억 원)만 받을 예정이다.
그럼에도 펠릭스는 행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내가 여기에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알고 있다. 이곳에 이 팀에 있는 건 언제나 내 목표였다. 어릴 적 바르셀로나를 봤을 때 그건 내 꿈이었다. 난 이번 시즌을 엄청난 시즌으로 만들도록 돕고자 여기에 있다"라며 기뻐했다.
스페인 '스포르트'는 펠릭스가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성공을 확신해 연봉 40만 유로와 우승 시 보너스만 받는 조건을 수락했다는 이야기다.
매체에 따르면 펠릭스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르셀로나와 잘 어울리며, 여기서 활약을 바탕으로 자기 경력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확신 중이다. 이제 다음 목표는 보여준 최고의 활약을 펼쳐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로 완전 이적하는 것이다. 이번 임대 계약에는 완전 이적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주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스포르트에 따르면 그는 만약 1명만 영입할 수 있다면 엘링 홀란과 킬리안 음바페 중 누굴 원하냐는 물음에 "누구든 1명 영입할 수 있다면 펠릭스를 데려오겠다"라고 답했다. 라포르타 회장의 펠릭스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일화다.
한편 펠릭스는 4일 오사수나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합류한 지 이틀 만에 바르셀로나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1-1로 비기고 있던 후반 35분 오리올 로메우 대신 투입됐고,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20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바르셀로나는 홈페이지를 통해 "펠릭스는 20분간 공을 많이 만지진 못했지만, 새로운 측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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