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저주에 걸린 것일까. 손흥민(31)의 팀 동료인 브라질 스트라이커 히샬리송(26, 이상 토트넘)이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히샬리송은 9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렝의 이스타지우 올림피코 두 파라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 1차전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브라질은 2선 자원이었던 호드리구, 네이마르, 하피냐가 모두 골을 성공시켜 5-1 대승을 거뒀다. 호드리구와 네이마르가 멀티골, 하피냐가 2-0으로 달아나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네이마르는 페널티킥을 실축했으나 2골 1도움으로 여전한 기량을 선보였다.
정작 히샬리송은 침묵한 채 4-1로 앞선 후반 26분 마테우스 쿠냐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교체 사인에 실망한 표정을 보인 히샬리송이었다. 방송 카메라에 잡힌 히샬리송은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고 자책하듯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히샬리송은 최근 최악의 골 결정력으로 토트넘과 브라질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토트넘에서는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불과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7경기서 단 1골에 그쳤다.
히샬리송의 부진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 나섰지만 극악의 골 결정력이 계속되면서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그나마 풀럼과 리그컵 경기서 동점골을 넣었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빛이 바랬다.
소속팀 뿐 아니라 브라질 대표팀서도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히샬리송은 지난해 한국과 벌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3번째 골을 넣은 이후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당시 브라질은 골을 넣을 때마다 삼바춤을 추면서 세리머니를 즐겼다. 특히 히샬리송은 골을 넣은 후 벤치로 달려가 특유의 비둘기 춤을 선보였다. 그러자 치치 감독까지 동참해 비둘기 춤으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부에서는 브라질이 한국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고 많은 전문가들도 상대국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치치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만의 언어가 있다. 모두가 춤을 춰야 한다고 해서 함께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파울루 벤투 감독을 존중하며, 상대 선수들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히샬리송은 공교롭게도 한국전 이후 브라질 대표팀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와 8강에서 침묵, 브라질 탈락과 함께 고개를 떨군 히샬리송은 지난 6월 4-1로 이긴 기니전, 2-4로 패한 세네갈전에 잇따라 선발로 나섰으나 침묵했다. 이번 볼리비아전까지 A매치 4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히샬리송은 한국전 이후 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5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 시즌 3-4로 패한 리버풀전에서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올 여름 프리시즌 라이온 시티(싱가포르)와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풀럼전은 EFL컵 64강 경기였다. 이 정도면 한국전 비둘기춤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브라질은 오는 13일 페루와 남미예선 2차전을 치른다. 히샬리송은 이 경기에도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치치 감독 이후 브라질 감독대행을 맡고 있는 페르난두 지니스는 경기 후 히샬리송의 정신 상태를 묻는 질문에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장소에 있다"면서 "우리는 그를 응원한다. 팬들도 경기장에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밝혔다.
이어 "브라질 사람들은 그를 지지한다. 우리는 그가 침착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면서 "그는 훌륭한 선수이고 그의 골은 곧 터질 것"이라고 히샬리송에 대한 여전한 지지를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