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을 자부하던 미국농구가 또 정상을 앞두고 무너졌다.
스티브 커 감독이 이끄는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은 8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개최된 ‘FIBA 농구월드컵 2023 4강전’에서 독일에 113-111로 졌다. 2개 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미국은 10일 캐나다와 동메달을 다툰다. 캐나다를 꺾은 세르비아가 10일 독일과 결승에서 만나 금메달을 놓고 싸운다.
미국이 세계최강이던 시절은 너무 옛말이 됐다. 미국은 지난 2019년 대회도 8강전서 프랑스에게 79-89로 졌고, 순위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89-94로 또 패한 끝에 최종 7위에 그쳤다. 미국은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2연패에 성공했지만 이후 메달이 없다. 미국이 올해 동메달을 딴다면 2006년 사이타마 세계선수권 동메달 이후 17년 만이다.
만약 결승전에서 세르비아가 독일을 꺾고 우승한다면 월드컵 최다우승에서도 미국(5회)을 밀어내고 6회로 단독 1위가 된다.
경기초반부터 미국은 독일에게 소나기 3점슛을 맞았다. 리투아니아전에서 무려 16개를 허용한 외곽수비 문제점이 다시 반복됐다. 독일은 조직적인 패스로 미국 골밑의 약점을 공략했다. 주전센터 재런 잭슨 주니어는 이번에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벤치로 밀려났다. 독일이 25-15로 앞서며 기선을 잡았다.
깊은 선수층은 미국의 최고 장점이었다. 교체로 들어온 오스틴 리브스가 3점슛을 터트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이 31-33으로 맹추격하며 1쿼터를 마쳤다.
할리버튼이 패스를 골고루 뿌려주면서 미국 공격이 살아났다. 에드워즈는 막힐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반케로가 지킨 골밑은 다니엘 타이스에게 집중공략 대상이 됐다. 타이스는 전반에만 13점을 퍼부었다. 미국이 전반전 60-59으로 근소하게 리드했다.
잭슨의 수비는 3쿼터에도 심각하게 뚫렸다. 독일이 미국 골밑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타이스는 잭슨 앞에서 플로터까지 쏘며 수비를 농락했다. 전반전 침묵했던 데니스 슈로더까지 터졌다. 3쿼터 후반 독일이 84-75로 달아났다.
미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리하게 일대일 돌파를 시도했고 저지당했다. FIBA는 독일의 거친 몸싸움에 파울을 불지 않았다. 리브스는 심판에게 대놓고 짜증을 냈지만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집중력을 잃은 미국은 계속 상대에게 쉬운 찬스를 줬다.
3쿼터 막판 속공에 나선 리브스에게 안드레아스 오브스트가 공격자 파울을 얻어낸 장면이 백미였다. 힘들게 얻어낸 공격권은 슈로더의 2점슛으로 연결됐다. 독일이 94-84로 앞선채 최종쿼터에 진입했다.
미국이 계속 림 어택을 시도했지만 수비가 뚫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좀처럼 점수차는 줄지 않았다. 타이스는 덕 노비츠키에 빙의돼 중거리 슈팅까지 다 꽂았다. 에드워즈가 3점슛을 쏴봤지만 그는 스테판 커리가 아니었다. 독일이 4쿼터 중반 106-94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에즈워즈가 슬램덩크를 꽂았지만 2점이었다.
미국은 마지막 추격을 개시했다. 리브스가 3점슛을 꽂고 에드워즈가 덩크슛을 시도하다 파울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얻은 자유투를 놓쳤다. 필리핀 관중들이 노골적으로 "USA"를 외쳤다. 에드워즈가 다시 3점슛을 꽂았다. 미국이 종료 3분 17초전 103-106으로 맹추격했다.
슈로더는 레이업슛을 넣어 급한 불을 껐다. 리브스의 자유투 2구가 성공했다. 종료 1분 35초전 미국이 107-108로 추격했다. 오브스트의 3점슛으로 독일이 111-107로 리드했다. 슈로더는 40.7초전 점프슛을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리브스가 덩크슛으로 2점을 만회했다. 봉가의 공격자파울로 4점을 뒤진 미국이 33.3초전 다시 공격권을 얻었다. 에드워즈의 결정적 패스미스가 나와 미국이 침몰했다.
오브스트는 24점으로 미국격파의 선봉에 섰다. 프란츠 바그너도 22점을 보탰다. 타이스는 21점을 넣어 미국 골밑을 무너뜨렸다. 미국은 에드워즈가 막판까지 분전하며 23점을 넣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독일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선수들은 바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