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추일승호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일본에서 B리그팀을 상대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23일 중국 항저우로 출국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린다. 아시안게임은 선수들의 병역혜택이 걸린 만큼 한국에게 아주 중요한 대회다.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한국에게 유일하게 남은 국제대회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했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아시안게임을 사실상 ‘2급대회’로 보고 있다. 농구월드컵에 온 힘을 쏟았기에 아시안게임까지 전력을 다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각국의 귀화선수가 소속된 NBA 구단에서 차출 의무조항에 포함되지 않은 아시안게임을 거절한 이유도 있다. 월드컵에서 3승을 거둬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2군을 파견한다. 한국으로서 자존심이 상하지만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올라간다.
하지만 한국처럼 아시안게임에 진심인 나라도 있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이다. NBA에서 뛰는 조던 클락슨을 제외한 대부분의 월드컵 핵심전력들이 출전한다. 정관장의 아시아쿼터 렌즈 아반도는 빠졌다. 특히 클락슨이 빠지는 대신 두 명의 귀화선수가 가세했다. 필리핀올림픽위원회(POC)가 6일 공식발표한 선수명단에는 귀화선수 저스틴 브라운리(35)와 앙제 쿠아메(26)가 모두 포함됐다.
브라운리는 PBA의 지배자로 KBL 구단에서도 오랫동안 외국선수로 영입을 검토했던 실력자다. 쿠아메는 신장이 211cm에 달한다. PBA 최고빅맨 준마 파헤도(206cm)와 쿠아메가 교대로 나오면 한국에게 골칫덩어리다.
마닐라 농구월드컵 현장에는 수많은 필리핀 농구관계자들이 있다. 필리핀 스포츠기자들과 농구협회 관계자 등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귀화선수 한 명의 원칙을 깨고 두 명이 포함될 수 있었는지 물었다.
관계자는 “귀화선수 두 명이 포함된 것이 맞다. OCA가 더 이상 3년 거주 요건을 따지지 않고 해당국가 여권만 있다면 선수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필리핀농구협회장이 OCA 회장과 만나서 담판을 지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필리핀이 NBA 선수 안드레이 블라체를 아시안게임에 뛰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해당국가에서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OCA 규정에 의해 불발됐다. 필리핀농구협회에서는 당시 한국에서 이의를 제기해서 블라체의 출전을 막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브라운리와 쿠아메가 실제로 아시안게임에 동시에 출전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필리핀 관계자는 “신분상으로 둘 다 포함돼도 문제가 없지만 브라운리는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얼마나 뛸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귀화선수 두 명을 넣은 것은 예비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