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잘 방어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이 경기를 원하지 않았다.”
웨일스의 롭 페이지 감독(49)이 한국과 무승부를 거둔 뒤 한 말이다. 여전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한국과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8일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3월 부임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 포함 5번의 A매치를 치렀지만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6월 A매치 4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하는 데 이어 이날 1무를 추가했다.
반면 웨일스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패배를 맛보지 않아 일단 한국보단 분위기가 낫다.
웨일스에겐 한국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패배만 피하면 됐다.
12일 웨일스는 라트비아와 유로 예선 조별리그 원정경기를 치른다. 조 4위로 내려앉아 있는 웨일스는 라트비아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기에 한국전에 100% 전력을 쏟지도 않았다.
페이지 감독은 한국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친선전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럼에도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등 유럽파들을 대거 내보낸 한국과 비긴 웨일스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페이지 감독은 경기 후 “한국을 잘 방어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흡족해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린 이 경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라고 경기 후에도 재차 말했다. 다시 생각해도 자신에겐 불필요했던 한국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패배는 하지 않은 그는 “우리가 한국을 잘 방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을 발견했고, 그 자신감을 라트비아전까지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기운을 심상치 않다.
‘재택근무 논란’을 자초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무승부에 그치면서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위기론이 힘을 받게 만들었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상주를 약속했기에 그의 ‘재택근무'는 최근 몇 달간 꾸준히 '논란'이 됐다. 부임 후 5개월 동안 그가 실제 한국에 머문 시간은 70일이 되지 않는다. '첫승'도 없었으니 논란이 가중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사실상 ‘1.5군’이던 웨일스에게도 비기며 클린스만 감독은 피할 수 없는 위기론에 봉착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