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무승'으로 위기론을 스스로 키웠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8일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3월 부임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 포함 5번의 A매치를 치렀지만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6월 A매치 4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하는 데 이어 이날 1무를 추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4-4-2 전술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조규성에게 투톱 임무를 맡겼고, 이재성, 박용우, 황인범, 홍현석,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 김승규(골키퍼)를 선발로 내보냈다. 그러나 필요했던 ‘첫승’은 불발됐다.
‘재택근무 논란’을 자초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그러나 무승부에 그치면서 오히려 자신을 둘러싼 위기론이 힘을 받게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6월 A매치 기간 직후 한 달간 해외 휴가를 떠나면서 팬들의 비난을 자초했다. 7월 1일에 자신의 생일과 자선 행사 참석 등을 이유로 또 해외로 출국, 이달 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조 추첨식까지 참석한 그는 한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카디프로 건너갔다.
국내 업무는 사실상 차두리 코치와 이젠 코치직을 내려놓은 마이클 김 코치가 떠맡았었다. K리그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되기 위해선 클린스만 감독이 아닌 이 두 명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상주를 약속했기에 그의 ‘재택근무'는 최근 몇 달간 꾸준히 '논란'이 됐다. 부임 후 5개월 동안 그가 실제 한국에 머문 시간은 70일이 되지 않는다. '첫승'도 없었으니 논란이 가중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사실상 ‘1.5군’이던 웨일스에게도 비기며 클린스만 감독은 피할 수 없는 위기론에 봉착했다.
웨일스는 한국전에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12일 웨일스는 라트비아와 유로 예선 조별리그 원정경기를 치른다. 조 4위로 내려앉아 있는 웨일스는 라트비아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에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은 한국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친선전을 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그런 그가 한국전에 총력전을 펼칠 리 만무했다.
힘을 뺀 웨일스를 상대로 비긴 한국, 그리고 팀을 지휘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등 유럽파들을 모두 사용했지만 빈손으로 경기를 마쳤다.
‘재택근무’ 효과는 전혀 없었다. 5경기 무승이 말해주고 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