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 단체 종목에서, 응집력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힘이야말로 승리의 지름길이요, 필요충분조건이라 할 만하다. 곧, 구성원 사이의 강한 결속력은 ‘1+1=2+α’ 등식으로 나타나는 상승효과를 가능케 한다.
이 맥락에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월드 클래스 골잡이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2023-2024시즌 들어 새롭게 각광받고 있음은 아주 뜻깊다.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끄는 구심점으로 떠오르며 조명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된 손흥민이다.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던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나면서, 손흥민은 홀로 토트넘의 앞날을 개척해야 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더구나 주장의 중책까지 맡으며 부담감이 배가됨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주득점원으로서뿐 아니라 주장으로서도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1인2역’을 요구받고 있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신이 대단히 큰 그릇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동료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뛰어난 통솔력은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할 정도다. 시즌 초반, ‘손흥민 리더십’은 EPL의 화두로까지 떠올랐다.
손흥민의 통솔력에서 비롯한 응집력이 토트넘 상승세의 원천이 됐음은 물론이다. 4라운드를 소화한 이번 시즌 EPL에서, 토트넘은 당당히 2위(3승 1무·승점 10)에 올라 있다. 토트넘은 뚜렷한 전력 상승 요인이 없다. 오히려 케인이 빠져나감으로써, 전력이 약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 토트넘이, 2022-2023시즌 8위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던 그 팀이 연상되지 않을 만큼 확 달라졌음이 엿보이는 이번 시즌이다.
빼어난 통솔력, 토트넘 상승세의 원천을 이루다
기폭제는 해트트릭이었다. EPL 4라운드 원정 번리전(2일·5-2 승리)에서, 손흥민은 3골을 폭죽처럼 쏘아 올렸다. 2015-2016시즌 토트넘에 둥지를 튼 이래 다섯 번째 해트트릭의 맹위를 떨쳤다. 당연히 손흥민은 EPL과 BBC를 비롯한 각종 언론 등에서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 11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매체는 아울러 한마음 한뜻을 이뤄 응집된 힘을 분출한 토트넘의 핵심에 손흥민이 존재하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세계 최대의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의 평가는 그 좋은 보기다.
후스코어드닷컴은 누리집 뉴스난을 통해 손흥민의 강렬한 리더십을 높게 평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EPL 주간 베스트 11에서, 손흥민이 토트넘 4인조를 이끌었다(Son leads Tottenham quartet in Premier League Team of the Week)”라는 제목 아래 자체 선정 4라운드 베스트 11을 발표했다. 3-4-3 전형에 맞춰 선정한 이번 후스코어드닷컴 베스트 11에서, 토트넘은 네 자리를 꿰차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왼쪽 윙어)을 필두로, 마노르 솔로몬(왼쪽 미드필더)-제임스 메디슨(중앙 미드필더)-크리스티안 로메로(센터백)가 영예를 안았다. 물론, 토트넘이 가장 많은 몫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을 이끄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다.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빼어난 통솔력으로 놀라운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라고 격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부주장인 메디슨과 로메로와 함께 일체를 이뤄 팀의 잠재력을 분출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주장 손흥민-부주장 메디슨·로메로 체제가 팀의 뻗어 나가는 기세의 근원이다. 세 사람이 뛰어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 아주 기쁘다. 그들은 매일 언행일치를 이뤄 다른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평가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실제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 대표적 한판이 번리전이었다. 묘하게도 이 경기에서, 세 사람은 모두 골맛을 봤다. 이번 시즌에 들어가면서 주장 손흥민-부주장 메디슨·로메로 체제로 권토중래를 노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야심작이 100% 효력을 나타낸 순간이었다.
“그들은 토트넘의 리더가 됐다. 아울러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응집력 표출의 본원인 손흥민의 리더십은 그의 겸손한 인간성에서 우러나와 더욱 돋보인다. “솔로몬(전반 16분, 후반 18분)과 페드로 포로(후반 21분)의 환상적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해트트릭이었다”라는 손흥민은 “3골을 터뜨려 기쁘지만, 승점 3점을 얻어 더 행복하다(I’m happy with three goals, but happier with three points)”라고 팀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왜 손흥민 리더십이 그토록 언론의 초점을 모으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번리전에서, 팀이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에 모두가 참여했다. 그래서 무척 기쁘다. 모든 선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하나가 되는 이것이 바로 팀 목표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승점 3점을 얻었다는 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