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변명거리도 없다. 불안하게 출발한 클린스만호가 이번에는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영국에서 9월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맞대결을 펼친 뒤 잉글랜드 뉴캐슬로 장소를 옮겨 13일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난다.
반드시 첫 승리를 따내야 하는 타이밍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4경기에서 2무 2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한국 축구 역사상 부임 후 4경기까지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외국인 사령탑은 그가 처음이다.
여기에 '재택근무' 논란과 마이클 김 코치 결별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분위기도 좋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국내에 머무르겠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많아 비판을 사고 있다. 게다가 꾸준히 외국 방송에 출연하며 과연 대표팀 감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느냔 지적까지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클린스만 감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원격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얼마나 많은 통화를 하고 연락하는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다.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많은 정보를 받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심지어는 자신은 '워커 홀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하루빨리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 해결책은 오직 승리뿐이다. 클린스만호는 유럽 원정에서 첫 승을 따내고 4전 5기에 성공해야만 온갖 잡음을 잠재울 수 있다.
이번 유럽 원정이 클린스만 감독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과 6월에는 그에게도 나름 할 말이 있었다. 3월에는 상대도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로 남미의 강호였던 데다가 부임 직후 치른 경기였기에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6월에도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공수의 핵심인 손흥민과 김민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 당시 손흥민은 스포츠 탈장 수술의 여파로 페루전에 나서지 못했고, 엘살바도르전에만 교체 출전했다. 김민재는 아예 기초군사훈련 일정 때문에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클린스만호의 답답한 경기력을 보면서도 '그래도 다음에는'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부상으로 빠진 이강인을 제외하면 주축 선수들이 모두 합류했다. 특히 주장 손흥민을 비롯한 유럽파 선수들이 물오른 컨디션을 자랑 중이다.
지난 주말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시즌 1, 2, 3호 골을 몰아쳤고, 김민재는 뮌헨 이적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기에 황희찬도 시즌 2호 골을 터트렸고, 홍현석 역시 벨기에 무대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부상을 털고 일어난 조규성은 덴마크 리그 첫 도움을 올렸다.
그야말로 역대급 멤버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조규성, 오현규, 홍현석, 김민재, 황인범, 황의조, 김지수, 양현준 등 유럽파 숫자만 보더라도 한국 축구의 황금기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유럽에서 열리는 만큼 이들의 시차 적응 및 컨디션 조절에도 어려움이 덜하다. 이제는 승리하지 못한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증명이 필요한 진정한 시험대다. 이번에도 승리에 실패한다면 변명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4전 5기, 5전 6기로 도전하는 정신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한다. 승리만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편 한국과 웨일스가 맞대결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 홈에서 치르는 경기인 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사우디 역시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새로 부임했기에 더욱 경계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A매치 역대전적에서도 17전 4승 7무 6패로 열세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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