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창단 141주년을 기념했다. 축하 포스터 속 가장 큰 얼굴은 역시 '캡틴' 손흥민(31)이었다.
토트넘은 5일(이하 한국시간) 소셜 미디어를 통해 "141년 전 오늘, 토트넘 홋스퍼 축구 클럽이 창단됐다"라며 기념 게시글과 포스터 한 장을 공개했다.
이미지 속에는 방패 모양 토트넘 엠블럼과 함께 1882년 창단 멤버와 구단 동상 등이 등장했다.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흑백 사진들도 여럿 포함됐다.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주요 선수들도 빠지지 않았다. 레들리 킹, 가레스 베일, 로비 킨, 루카 모드리치, 다비드 지놀라 등 과거 주축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물론이고 해리 케인, 루카스 모우라, 델리 알리 등 비교적 최근 함께했던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손흥민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입에 가져다 댄 채 손키스를 보내는 모습으로 포스터 중앙 윗부분을 차지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전 주장 위고 요리스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주인공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팬들은 "생일 축하한다 토트넘", "거대한 클럽", "그래서 트로피는 어디에 있지?"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몇몇 팬들은 "쏘니가 중앙에 있다"라며 손흥민의 모습에 주목했고, 일부는 위르겐 클린스만과 게리 리네커, 얀 베르통언 등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은 선수를 찾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번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요리스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으며 리더가 됐다. 지난 1882년 토트넘이 창단된 이래로 비유럽 국적으로 주장직을 맡은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당연한 선택이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합류한 뒤 꾸준히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 등 이적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재계약을 맺으며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았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을 시작으로 7시즌 내내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터트렸다. 특히 지난 2021-2022시즌엔 23골을 몰아치며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쌓은 기록은 377경기 148골 80도움에 달한다.
손흥민은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함께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렇게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되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매우 놀랍고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이미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라고 다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쏘니는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주장을 뽑기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라며 "모두가 쏘니는 월드 클래스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라커룸에 있는 모두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뛰어넘는다. 단지 그가 인기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의 주장으로서 성취한 것 때문"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손흥민은 주장 데뷔전에서부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동료들에게 경기 전 허들(어깨동무한 채 구호를 외치는 의식)을 원정 응원 온 팬들 앞에서 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 매디슨은 "쏘니의 좋은 아이디어였다"라며 "팬들도 우리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하나로 잘 뭉쳤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영국 현지 매체도 손흥민표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더 부트 룸'은 "손흥민은 케인의 뒤를 이을 매우 인기 있는 선수였고, 자연스럽게 주장 적임자로 여겨졌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서 111경기, 토트넘에서 373경기에 출전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그가 빠르게 주장으로 선택된 일은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새로운 중요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그 길을 선도할 것"이라며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 라커룸을 이끌고 있고, 경기장 위에서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찾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도 지난 몇 년간 팬들이 부르짖어 온 축구 철학을 이식하고 있다. 케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구멍은 이미 유능한 이들이 채워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리더십뿐만 아니라 경기력으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시즌 1, 2, 3호 골을 한 번에 몰아쳤다. 경기장 안팎에서 캡틴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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