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전주를 떠났다는 사실은 외국선수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요르단은 2일 2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개최된 ‘FIBA 농구월드컵 2023 조별리그 N조 예선’에서 멕시코에 80-93으로 패했다. 요르단은 5전 전패를 기록하며 승리 없이 대회를 마쳤다.
요르단 대표팀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지난 시즌 KCC에서 외국선수로 활약했던 론데 홀리스-제퍼슨(28)이나. 2015년부터 2021년까지 NBA에서 활약한 그는 KBL에서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중도에 퇴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타일러 데이비스의 대체선수로 한국을 찾은 제퍼슨은 라건아의 백업으로 뛰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제퍼슨은 38경기서 경기당 11분 28초를 뛰면서 10.1점을 올렸다. 퇴출되기 전 KGC를 상대로 37점을 몰아치며 폭발력을 보였지만 꾸준함이 없었다. 전창진 감독에 의해 훈련태도까지 지적받은 그는 결국 시즌 중반에 퇴출됐다. 한국을 떠난 그는 필리핀리그를 거쳐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뛰었다.
현재 제퍼슨은 요르단 대표팀 멤버로 합류해 농구월드컵에서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한국에서 4번을 맡으면서 색깔을 잃었지만 요르단대표팀에서는 제 포지션 슈팅가드로 뛰며 ‘코비’가 따로 없다. 제퍼슨은 월드컵 5경기서 23.6점을 올려 세계적인 선수들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NBA 퍼스트팀 가드이자 캐나다 에이스 샤이 길져스-알렉산더(23.8점)와 비슷한 득점력이다.
24번 등번호를 달고 코비농구화를 신은 제퍼슨은 득점력이나 움직임 모두 코비를 쏙 빼닮았다. 필리핀 프로팀에서도 뛰었기에 필리핀 현지에서도 매우 인기가 높은 선수였다. 제퍼슨은 멕시코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혼자 26점, 8리바운드, 10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을 몰아쳤지만 끝내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제퍼슨을 기다렸다. 필리핀 기자들도 모두 제퍼슨과 인터뷰를 원해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치열한 취재경쟁 끝에 제퍼슨과 이야기할 기회를 잡았다. 재밌는 것은 제퍼슨은 요르단을 “조던”이라고 발음했다.
- 경기를 마친 소감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내 턴오버로 졌다. 팀의 패배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내 부상은 핑계가 될 수 없었다. 내 득점순위가 얼마나 높은지 상관없다. 팀이 이기지 못했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잘못이다.
- 요르단 대표선수로 뛴 소감은?
월드컵에서 뛸 기회를 준 요르단 국가에 감사한다. 팬들도 대단했다. 농구협회도 1등석 항공권을 제공했고, 코칭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요르단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외모는 물론이고 플레이스타일까지 코비를 닮았는데?
하하. 어렸을 때부터 코비 영상을 수 만번 보고 연구했다. 코비가 농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배웠다. 얼마나 열심히 훈련한 선수인지 알고 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따라하고 배우려고 했다. 코비처럼 운동을 쉬는 날에는 명상까지 따라서 했다.
- 오늘 교체없이 40분 풀타임을 다 뛰었는데?
난 경쟁자다. 감독이 40분을 다 뛰라고 한다면 마다하지 않고 뛸 것이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다. 난 육체적으로 풀타임 다 뛸 준비가 돼 있다.
- KCC가 전주를 떠난 사실을 알고 있나?
오 마이 갓! 처음 듣는다. 전주에서 추억이 많다. KCC 동료들이 굉장히 잘해줬고 나도 사랑했다. 아주 재밌었다. 통역 등 스태프들도 날 많이 도와줬다. 비록 한국에서 내 여행은 안 좋게 끝났지만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아시안게임에서 한국대표팀 라건아와 붙을 기회가 있는데?
라건아에게 3-4주 전에 문자를 보냈다. ‘야 인마! 아시안게임에서 한 판 붙자!’고 보냈다. 하하. 라건아는 멋진 동료였다. 최고의 형제다. 라건아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라건아 아내가 샌드위치를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줬다. 미국에 돌아오면 같이 놀기로 했다. 나도 아시안게임에서 라건아와 승부가 기대된다.
- 농구월드컵을 마친 소감은?
내가 미국대표팀 멤버가 아닌 상황에서 (요르단에 귀화해서)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할 기회가 있었다. 항상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요르단에게 더 이상 감사할 수가 없다.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 팀의 에이스로서 부담감이 심해 보였는데?
나 혼자서 요르단 국가 전체를 떠받쳐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요르단 사람들이 날 '코비'로 부르는데 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너무 책임감을 느낀다. 마음이 아프다. 난 이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 FIBA가 앞으로 월드컵에 귀화선수 출전을 제한한다는 말이 있는데?
난 아무런 권한이 없다. FIBA가 못 뛰게 하면 못 뛰는 것이다. 내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난 그냥 농구를 할 뿐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