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급 간판 이다빈(서울시청)이 1년 만에 월드태권도그랑프리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다빈은 4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르발르와페레에서 열린 파리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2차 대회 마지막 날 여자 67㎏ 이상급 준결승에서 발목부상 때문에 기권해 동메달을 수확하는데 만족했다.
앞서 8강전에서 터키의 강호 나피아 쿠스를 상대로 1회전 오른발 발 빠른 내려차기에 이어 왼발 깊숙한 돌려차기로 추가 득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중반 스텝을 뛰던 중 왼 발목을 접질려 갑자기 쓰러졌다. 1분여 경기장에 쓰러졌던 이다빈은 다시 일어나 난타전 끝에 11-10으로 간신히 1승을 챙겼다.
2회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에 나선 이다빈은 오른발 내려차기로 기선을 제압한 후 연속 공격을 성공시켜 일찌감치 13-1 점수차승으로 이겼다.
이다빈은 지난해 6월 로마 그랑프리에 이어 파리 그랑프리까지 2회 연속 우승으로 개인 통산 그랑프리 4회 우승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1월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 경기 중 손가락 골절 부상을 딛고서 아쉽지만, 만족스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이후 리야드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해 바쿠 세계선수권, 로마 그랑프리까지 메달 수확에 연속 실패했다.
이다빈은 경기 직후 “이번 대회 목표는 즐기면서 하자였다. 메달까지 따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바쿠 세계대회와 로마 그랑프리에서 계속 내 마음처럼 경기가 안 되고, 계속 지니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정말 바닥까지 떨어진 감정이었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하면서 체력이며 기술이며 아직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거기에 메달까지 땄으니 자신감도 생겨났다. 당장 부상 치료에 전념해서 2주 뒤에 있을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 바쿠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에 18년 만에 남자 -87kg급 정상을 되찾은 새내기 국가대표 강상현(한국체대)이 처음으로 그랑프리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기대를 모았지만 16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이반 사피나와 3회전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라운드 점수 1-2(6-9, 16-10, 10-16)로 패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태권도 선수단은 이번 그랑프리에 남녀 8체급에 14명이 출전해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던 여자부에서만 이다빈과 여고생 홍효림(강원체고)이 딴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에 전력이 좋은 남자부는 장준(한국가스공사), 박태준(경희대), 진호준(수원시청), 박우혁(삼성에스원), 서건우(한국체대) 등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큰 수확 없이 노메달에 그쳤다.
내년 8월 초 ‘2024 파리 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열린 이번 그랑프리에서 저조한 성적은 뼈아프다. 체급별 5위까지 해당 국가에 주는 올림픽 본선 자동출전권 확보가 역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연이은 부진한 성적을 겪는 대표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성적 부진에 대해 ‣상대 선수에 대한 세부 분석 부족 ‣승리에 대한 간절함 결여 ‣경기 운영 부족 ‣목표 의식 부재 등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표팀 훈련 방식을 대대적으로 변화를 예고했다.
대표팀 A지도자는 “지도자와 선수 모두 열심히 했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이미 현장에서 지도진 간에 많은 대화로 향후 대책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이대로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훈련 방식은 물론 선수 개개인의 목표의식 전환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W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