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을 필두로 크리스티안 로메로(25), 제임스 매디슨(27)까지. 토트넘 홋스퍼 주장단이 자신들이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58)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똑똑히 증명했다.
토트넘은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 무어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에서 번리에 5-2 역전승을 거뒀다. 리그 3연승을 질주한 토트넘은 승점 10점(3승 1무)으로 2위까지 점프했다.
이날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평소와 달리 손흥민이 최전방 원톱을 맡았고, 마노르 솔로몬-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가 2선에서 지원했다. 이브 비수마-파페 사르가 허리를 지켰고, 데스티니 우도지-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꾸렸다.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실점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상대 역습을 막는 과정에서 우측 수비가 한 번에 벗겨지면서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자칫하면 초반부터 무너질 수 있는 위기. 하지만 토트넘엔 손흥민이 있었다. 그는 전반 16분 솔로몬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감각적인 오른발 칩샷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토트넘 주장으로서 기록한 첫 골이자 시즌 마수걸이 골이었다.
영국 'BBC'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매체는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리그)의 차이를 보여줬다. 번리는 좋은 수비를 펼쳤지만, 그 앞에 수비수 두 명만 남겨둔 대가를 치러야 했다"라며 "톱 클래스 손흥민의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극찬했다.
주장이 스타트를 끊자, 부주장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로메로의 발끝이 불을 뿜었다. 그는 전반 추가시간 2분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역전골을 뽑아냈다. 골키퍼가 반응할 수 없는 완벽한 궤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매디슨도 폭발했다. 그는 후반 8분 비수마의 패스를 받은 뒤 날카로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반격을 준비하던 번리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는 골이었다.
물론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그는 동점골에서 그치지 않고 후반에만 두 골을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지난해 9월 17일 레스터 시티전 이후 약 1년 만의 해트트릭이었다. 공격 포인트가 없던 손흥민은 순식간에 시즌 3호 골까지 쏘아 올렸다.
득점도 모두 손흥민다웠다. 그는 후반 18분 정확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한 번, 후반 21분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다시 한번 골망을 갈랐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손흥민의 장점이 제대로 나왔다. 히샬리송 대신 그를 앞세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은 100% 정답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PL 통산 106골 고지를 밟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 디디에 드록바(104골)를 모두 제쳤고, 토트넘 선배 대런 벤트와 함께 최다 득점 공동 30위에 올랐다. 이제 다음 목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폴 스콜스(107골)다.
경기 후 토트넘 주장단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팬들은 손흥민과 로메로, 매디슨 세 선수의 활약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토트넘 공식 소셜 미디어도 메인 사진을 셋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으로 교체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이 손흥민, 매디슨, 로메로에 대한 진정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 득점을 올렸다"라고 기뻐했다.
세 선수의 진가는 단순히 골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하지만 내가 주장단으로 뽑은 그들이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은 경기장 밖에서도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그들은 개인으로도 훌륭한 선수들인 데다가 팀 정신을 정말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안목이 시즌 초반부터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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