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피 시구르드손(34)이 아동 성범죄 혐의를 벗고 2년 만에 축구 선수로 복귀했다.
륑뷔 BK는 8월 3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출신 미드필더 시구르드손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륑뷔는 "아이슬란드 국가대표로 뛰었던 시구르드손은 메디컬 테스를 통과했고, 목요일 오전 구단과 1년 계약을 맺었다. 프리미어리그 318경기에서 67골을 넣은 그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니카스 킬드센 단장도 "시구르드손을 륑뷔 선수로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데려올 수 없는 선수다. 그만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 데려온다는 것은 우리 클럽과 환경, 위대한 발전의 증거"라고 기뻐했다.
2년간 공백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킬드센 단장은 "시구르드손은 지난 몇 년간 축구를 하지 못했다. 우리는 당연히 인내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엄청난 선수를 얻게 된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힘줘 말했다.
시구르드손은 아이슬란드 국적 미드필더로 날카로운 킥과 공격적인 재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지난 2012년 임대로 스완지 시티에 합류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고, 이후 토트넘 홋스퍼와 스완지, 에버튼에 몸담았다.
기성용과도 인연이 있다. 시구르드손은 2012-2013시즌 후반기 기성용과 호흡을 맞추며 18경기 7골 4도움을 터트렸고, 2014년 여름 스완지로 복귀하며 기성용과 재회했다. 2015-2016시즌 시구르드손은 리그 11골 3도움으로 펄펄 날며 스완지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시구르드손은 아이슬란드 대표팀에서도 핵심 선수였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세트피스를 전담하며 중원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에서 처음으로 대회 본선에 진출했고, 시구르드손을 앞세워 8강까지 오르는 역사를 썼다.
하지만 시구르드손의 인생은 2년 전 급추락했다. 그는 2021-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레 아동 성범죄 혐의로 조사받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에버튼에서 방출당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에서도 빠르게 배제됐다.
시구르드손은 보석으로 풀려난 채 안전가옥에 머무르며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선수 생활이 그대로 끝날 뻔한 위기였지만, 시구르드손은 긴 조사 끝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그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복귀 길이 열린 시구르드손은 축구계 복귀를 추진했다. 2년간 공백으로 인한 은퇴설도 제기됐지만,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DC 유나이티드와 입단 협상을 펼치는 등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다.
결국 시구르드손은 이적시장 마감을 눈앞에 두고 행선지를 정했다. 바로 덴마크 수페르리가 승격팀 륑뷔다. 아이슬란드 출신 프레이르 알렉산데르손 감독이 시구르드손 영입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축구화를 신게 된 시구르드손은 "구단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알렉산데르손 감독과 정말 좋은 관계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알프레도 핀보가손(지난 시즌 륑뷔에서 활약)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둘 모두 클럽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줬고, 따뜻하게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시구르드손은 "많은 경험과 실력으로 팀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팀에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꼭 내게 배워서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라며 "우리가 뛰어난 응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팬들을 만나고 그들 앞에서 경기하는 게 정말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구르드손은 곧 '미트윌란 듀오' 조규성, 이한범과도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 륑뷔는 이달 초 미트윌란을 4-1로 격파했고, 10월 말에 다시 한번 만난다. 시구르드손이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미트윌란전에서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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