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를 이끌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올랐던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71)이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은 뒤 10일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58)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만치니 감독은 29일(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해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SAFF)와 2027년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SAFF는 만치니 감독의 상세한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대 3000만 유로(약 430억 원)의 계약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만치니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2001년 이탈리아 피오렌티나를 통해 지도자 생활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라치오~인터 밀란(이상 이탈리아)~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를 차례로 이끌었다. 이탈리아 대표팀도 역임했다.
그는 화려한 결과를 남겼다. 피오렌티나 부임 첫 시즌 팀을 코파 이탈리아 우승으로 견인했다. 인터밀란 시절 땐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 코파 이탈리아 2연패 등을 달성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여러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오르기 힘들다고 소문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이다. 2011-2012시즌 때 달성했다. 칼라타사라이에서도 그는 튀르키예 컵대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8년부터는 이탈리아 사령탑으로 활동한 만치니 감독은 2020년 유로2020 우승을 일궈냈다. 조국을 무려 52년 만에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후 지난 13일 자리에 물러난 그는 이날 사우디 지휘봉을 잡으며 새 출발을 알렸다. 10일 만에 일자리가 바뀐 것이다.
이날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에 따르면 만치니의 사우디행 소식을 전해 들은 라니에리 감독은 “나라면 사우디로 가지 않았을 텐데”라며 “돈보다는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같은 이탈리아 출신 만치니 감독을 저격했다.
‘가제타’는 “라니에리 감독은 충분히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
1986년 이탈리아 아마추어팀 비고르 라메지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라니에리 감독은 이후 나폴리,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첼시, 유벤투스, 인터밀란, 레스터 시티, 로마 등 굵직한 팀을 이끌었다. 그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은 레스터시티를 EPL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올해 초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1988년~1991년 이끌었던 칼리아리 칼초로 돌아갔다. 다시 부임했을 당시 팀은 2부에 있었지만 극적인 승격 플레이오프 승리로 라니에리 감독은 칼리아리 칼초를 1부로 승격시켰다.
그는 “여러 차례 말했듯이, 이 곳은 내 경력에서 마지막 클럽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좋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모습의 대표팀이 나온다면 (부임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의 고려 조건으로 ‘돈’이 아닌 ‘동기부여’다.
한편 만치니 감독은 부임한 날부터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내년 1월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사우디는 아시안컵 3회 우승 경력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때다. 27년 만의 아시아 정상 자리를 만치니 감독은 정조준한다.
만치니 감독은 SAFF를 통해 "아시아엔 한국, 일본, 호주 등 강팀들이 있지만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대회까지 남은 4개월 간 4차례 평가전과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른다”며 그 경기를 통해 팀을 빠르게 갈고닦겠다고 말했다.
만치니 감독 체제로 돌입한 사우디는 오는 9월 9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그의 데뷔전이다. 이후 9월 13일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한국과 두 번째 평가전을 갖는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