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출신 평범한 감독'의 일방적인 명단 '배포'...선수 선정 이유-원정 경기 목표 알 방법이 없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3.08.29 13: 03

설명 들어야 할 것은 많고 물어볼 곳은 없다. 위르겐 클린스(59)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이야기다.
대한축구협회(KFA)는 9월 유럽 원정 친선경기(8일 웨일스전,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 나설 남자 A대표팀 25명 명단을 지난 28일 발표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영권(울산현대),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튼), 조규성(미트윌란) 등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뽑혔다. 여기에 지난 6월 군사훈련으로 함께하지 못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 위르겐 클린스만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강인, 김진수, 송범근 등 부상으로 빠진 멤버가 있는 가운데 이동경(울산)과 강상우(베이징 궈안)는 지난해 1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다시 대표팀에 선발됐다. 여기에 최근 셀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현준도 합류했다.
새 얼굴도 있었다. 골키퍼 김준홍(김천상무)과 김지수(브렌트포드), 이순민(광주)이 그러했다.
[사진] 정우영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에 없었던 강상우, 김민재, 김영권, 김지수, 정승현, 문선민, 양현준, 이동경, 이순민 9명의 선수가 추가됐고 백승호, 송민규,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 등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게임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제외됐다. 지난 6월과 비교해 변화가 큰 9월 명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설명은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 감독은 축구회관에서 해왔던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선수를 제외한 이유, 선수를 발탁한 이유, A 선수의 대체자로 B 선수를 선택한 이유 등을 물어볼 소통 창구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아무런 이야기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KFA를 통해 "선수들의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라며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된 일부 선수들의 소집 문제를 KFA와 여러 차례 논의했다. 그 결과 백승호, 송민규, 정우영, 박규현은 이번 유럽 원정에는 부르지 않지만, 설영우와 홍현석은 웨일스전을 대비해 꼭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해 소집하기로 했다"라며 선수 선발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클린스만은 "세 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처음 들어온다"라며 "김준홍 골키퍼는 8월 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파주 소집 훈련 때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선발했다. 김지수는 내가 직접 만나 확인했는데 이 두 선수는 당장 즉시 전력감이라기보다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지켜보고자 발탁했다. 이순민은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다. 이런 새로운 선수들의 발탁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새롭게 선발한 선수들과 발탁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반드시 필요했다. 명단에 변화가 많은 것은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첫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울루 벤투 감독의 꾸준한 선택을 받았던 나상호, 지난 6월 김민재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던 박지수가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 들을 방법이 없다. 여기에 이번 원정 경기의 목표와 경기 계획은 무엇인지,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지난 17일 온라인 원격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 창구를 마련했던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영양가 있는 담론이 오가지는 않았다. 최근 국내 상주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는 "대한민국 축구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라는 말을 할 뿐 이러한 말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지는 못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여름 K리그 대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팀 K리그의 친선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 잠시 들렀고 이후에는 미국, 유럽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린스만은 축구 역사에서 공격수를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는 전설적인 선수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그의 커리어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005년 독일 축구의 레전드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당시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클린스만에게 "클린스만은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동료코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라고 충고한 바 있으며 헤르타 BSC 베를린에서는 소셜 미디어로 감독직 사임을 통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 ESPN 유튜브 공식 채널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저도 '워커홀릭'이라는 점"이라며 "상당히 많은 경기를 봤다. K리그1뿐만 아니라 K리그2 경기도 직접 가서 지켜봤다. 대학 U리그 경기도 직접 가서 관전했다. 18세 이하 경기도 직접 봤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런 점을 증명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만족스러운 성적을 낸다고 한들 이러한 근무 태도 문제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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