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은 26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홀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맥스 할러웨이와의 페더급 매치서 3라운드 23초 만에 KO패했다.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완패한 뒤 은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정찬성에게 할러웨이가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며 도전장을 던지며 둘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자신있게 경기에 나섰지만 할러웨이의 벽은 역시 높았다. 차분하게 경기를 끌어가며 날카로운 펀치로 견제, 할러웨이의 공격을 견뎌내 대등한 1라운드를 보낸 정찬성은 2라운드 초반 할러웨이의 바디 블로와 스트레이트 콤비네이션에 쓰러졌고 할러웨이가 곧바로 그래플링에 이어 목조르기에 들어갔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지만, 체력이 크게 소진됐다. 3라운드서 결국 정찬성은 무너졌다. 서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였지만 더 큰 충격을 받은 정찬성은 그대로 펀치를 휘두르며 쓰러졌다. 더이상 일어나지 못한 정찬성은 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정찬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난다.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이 했다”며 “난 3등을 하려고 이것을 한 게 아니다.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정찬성은 링 위에서 글러브를 벗고 큰 절을 했다. 고개숙인 몸은 한 참을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팬들은 ‘좀비’를 연호했고 마침내 일어선 정찬성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는 떠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경기가 끝나고 공식 인터뷰에 정찬성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가서 공식 인터뷰에는 할로웨이만 나섰다. 그는 은퇴를 선언한 위대한 패자 정찬성에 대해 존경이 섞인 헌사를 남겼다. 정찬성도 전날 인터뷰서 고향 하와이 화재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할로웨이에게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할로웨이는 "좀비(정찬성의 별명)에게 나는 사랑과 존경 밖에 말할 수가 없다"라면서 "좀비는 방패(수비)가 아니라 칼(공격)을 들고 싸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최후까지 칼을 들고 쓰러졌다"라면서 "그런 그의 태도가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고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라고 극찬을 보냈다.
이어 "나는 좀비처럼 은퇴하고 기억되고 싶다. 나는 기록이나 숫자 이런걸로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라면서 "나는 좀비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말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서도 좋은 말을 남긴 할로웨이는 28일 자신의 SNS에서 이별을 택한 정찬성에게 제대로 된 고별사를 남겼다. 그는 "코리아 좀비, 당신과 옥타곤에서 싸울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었다"라면서 "신화이자 전설. 그가 UFC에서 얼마나 겸손하게 행동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신이야말로 UFC의 진짜 레전드이다. 그는 다른 격투가들처럼 '관종'처럼 굴지도 않고 멸종 위기에 가까운 순수 파이터로 모습을 보여줬다"라면서 "당신이 개척한 파이터의 길에 너무 감사하다. 은퇴 생활을 즐기길 바란다. 형제여"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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