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유럽게임시장의 시장 규모를 2021년 기준으로 439억 5300만 달러로 집계한 바 있다. 한화로 58조 2816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시장이다. 이로 세계 3대 게임쇼로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스컴’은 그야말로 규모 면에서는 비교 불가의 최대 게임쇼다. 국내 최대 전시회인 지스타(4만 6000㎡)와 비교하면 게임스컴(23만㎡)은 무려 5배가 큰 게임쇼다. 이번 2023 게임스컴은 지난해 방문객 26만명 보다 6만명이 늘은 32만명이 쾰른메세를 내방했다.
유럽 시장은 이전부터 한국 게임 기업이라면 호시탐탐 진출을 노리던 곳. 다만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주력인 한국 게임기업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글로벌 퍼블리셔 아마존을 통해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를 제외하면 MMORPG의 장기적인 흥행 사례를 찾기 힘들정도다.
모바일게임의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아직 콘솔의 비중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게임 시장이 큰 유럽 각 국가별로 콘솔은 아직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2023 게임스컴에서조차 PC와 콘솔이 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3 게임스컴 현장을 방문한 블리자드 한국 대표를 역임했던 전동진 원스토어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계 최대 규모 게임쇼인 게임스컴은 유럽 진출을 꿈꾸는 한국 게임기업이라면 꼭 와서 보고 느낄점이 많은 곳”이라고 게임스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럽 시장은 아시아권의 인기와는 별개로 세심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필수인 곳으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뼈있는 한 마디로 유럽 시장 공략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부터 검은사막의 해외 서비스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왔던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게임사로 발돋움한 바 있다. 검은사막은 전세계 150여개국에서 12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고, 누적 이용자 숫자가 5000만명에 이르는 인기 게임.
서비스 초창기인 2016년 5월 가입자 80만명을 돌파했고, 동시접속자 숫자를 10만명 이상 유지하면서 MPG(모스트 팝퓰러 게임스)을 쓸어담았다. 지난 2017년 8월 공개된 매출에서도 검은사막에서 북미-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무려 31.3%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게임을 안착시켰다. 검은사막은 2023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총 40개의 서버를 운용하면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펄어비스는 이번 2023 게임스컴에서도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유럽 공략의 노하우를 ‘붉은사막’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2023 게임스컴을 달군 화제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펄어비스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 붉은사막(Crimson Desrt)이다. 지난 해 게임스컴서 붉은사막의 파트너사를 통해 게임성을 앞서 검증받은 바 있던 ‘붉은사막’은 이번 2023 게임스컴 전야제인 ‘온라인 나이트 라이브(이하 ONL)’를 아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당초 MMORPG로 기획됐다가 자체 개발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강점을 십분 활용해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쳐로 규모를 더 확장시키면서 현장을 방문한 이들과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ONL은 게임스컴 주요 출품 기업들이 참가하는 전야제로 새로운 신작과 주요 게임의 영상 소개 그리고 대담 등이 진행되는 행사다. 전세계 라이브로 중계되며 작년의 경우 누적 시청수 1억회를 넘길 정도로 파괴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을 ONL에서 공개한 붉은사막은 광활한 오픈 월드에서 다양한 탐험과 전투를 벌이는 주인공 ‘클리프’의 모습을 4K 화질의 그래픽으로 약 3분에 걸쳐 공개했다. 실제와 같은 풍경과 모션 캡쳐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박진감 넘치는 전투 액셕, 주변 환경 및 NPC와 상호작용, 다양한 오브젝트의 물리 효과와 연출 등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개된 동영상은 28일 기준으로 247만회를 기록, ONL에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온라인을 통해 지켜본 유럽의 게임 유저들도 4000개가 넘는 댓글을 통해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유럽시장을 대하는 펄어비스의 꼼꼼함은 비단 ‘붉은사막’의 트레일러 영상에 그치지 않았다. 자사의 대표작 ‘검은사막’을 무려 227평의 역대 최대 규모 전시장을 ’2023 게임스컴’ 현장에 마련한 삼성전자와 협업해 체험부스를 꾸렸다. 만18세 이용가라 폐쇄형 공간이었지만, 유저들의 방문이 계속 밀리면서 신규 콘텐츠 ‘아침의 나라’ 체험을 진행했다.
펄어비스와 달리 게임스컴에 참가한 다른 한국 게임들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우선 지난해 2022 게임스컴서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네오위즈 ‘P의 거짓’은 출시를 앞둔 이번 게임스컴에서는 신규 트레일러 영상만을 공개하면서 스스로 차린 밥상을 걷어차는 모양새를 보였다. 신규 트레일러 동영상 조회수는 2만이 채 안되는 1만 9000대로 아쉬움을 더욱 배가시겼다.
국내 굴지의 게임기업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워헤이븐’ 역시 ONL에서 단독 동영상만을 공개하면서 후속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트레일러 동영상 숫자도 28일 기준 25만회와 2만회에 그쳤다.
연내 출시를 예고한 하이브IM의 ‘별이되어라2:베다의 기사들’의 경우 게임스컴 현장에 단독부스와 체험부스를 꾸리는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과 비교해 한산한 대기열로 아쉬움이 들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