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시즌 17승으로 팀 내 최다승 기록은 물론 이거니와 정규시즌 1위, 선수 전원 올 퍼스트, 감독상까지 주요 수상은 모두 쓸어담았지만,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여름을 끝내고 말았다. 그러나 시련은 있을지언정 좌절은 없었다. 쓰라린 상처로 새겨진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소중한 오답노트를 챙기게 됐다. 가시밭길로 비유된 플레이오프의 시련에도 꺾어지 않았던 KT가 LCK 3번 시드로 롤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KT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LCK 대표 선발전 1라운드(3시드 결정전)에서 한화생명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 ‘그리즐리’ 조승훈을 집중 견제하면서, 발이 풀린 ‘에이밍’ 김하람이 매 세트 AD캐리의 정수를 보여주면서 팀의 롤드컵 진출에 일조했다.
KT는 지난 서머시즌 플레이오프 당시만 해도 정규시즌 무적의 행보를 보이던 경기력은 온데간데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밴픽과 우왕좌왕하는 게임 플레이로 지난 서머 정규시즌서 보였던 KT의 경기력에는 확실히 미치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T1에게 플레이오프 2라운드와 최종 결승 진출전서 두 차례 내리 패하면서 롤드컵 선발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KT는 한화생명을 상대로 독한 밴픽으로 롤드컵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3-1 승리라는 소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LCK 3번 시드의 주인이 됐다. 지난 19일 T1전 패배 이후 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팀을 수습해 만들어낸 결과라 기쁨은 배가 됐다.
KT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의 롤드컵 출전이며, 강동훈 감독은 킹존(디알엑스 전신) 이후 6년만에 롤드컵 무대를 다시 밟게 됐다. 지난 2020시즌 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육성군 성장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팀의 체질개선과 ‘롤드컵’ 복귀라는 두 가지 목표로 팀을 이끌어왔던 강동훈 감독은 2021시즌 종료 이후 ‘롤드컵’ 진출이라는 대명제를 완수하기 위해 선수들을 모아왔다. 중하위권으로 처지면서 팬들 앞에서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기 위해 강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선수들을 만나면서 ‘비디디’ 곽보성, ‘기인’ 김기인, ‘빠른별’ 정민성 코치, ‘리헨즈’ 손시우까지 2023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KT호에 승선시켰다.
정규시즌 막바지와 플레이오프, LCK 대표 선발전으로 인해 지병이 다시 악화되기도 했지만, 강동훈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롤드컵 진출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7일 OSEN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히라이’ 강동훈 KT 감독은 “정말 기쁘다. 원래 선수들을 영입하는 과정이나, 영입 이후 시즌을 치르면서 가장 중요한 약속이 롤드컵 진출이었다. 서머 시즌 1위를 하는 속에서도 롤드컵 진출에 대한 가장 우선시 됐다. 사실 그래서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플레이오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두가 가장 바라던 첫 번째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라고 밝은 목소리로 진출 소감을 전했다.
KT는 정규시즌 2라운드 전승을 포함해 17승이나 거둔 정규시즌 표면화되지 않았던 문제점이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나면서 역대 정규시즌 1위 중 처음으로 결승 무대에 서지 못하는 불운의 팀이 되기도 했다. 결과만 보면 씁쓸하지만, 강동훈 감독과 KT 선수단은 팀 성장을 위한 오답노트를 작성해 나갔다. 모두의 의견과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정한 방향성을 무리하게 틀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선수들과 심도깊은 면담을 통해 선수단을 다시 독려했다.
강동훈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했지만, 한화생명과 LCK 대표 선발전에서도 다시 문제가 나왔다. 인게임에서 문제되는 부분도 있지만, 밴픽 쪽으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밴픽 과정에서 소통을 결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발전 3세트의 경우도 위의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체가 공통적으로 생각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이제 롤드컵까지 다시 그 문제를 잘 잡아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가 작성했던 오답노트를 소중하게 잘 활용할 생각이다. 너무 즉흥적이거나, 처음 정한 답을 바꾸는 소통적인 면을 지양해서 간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훈 감독의 말처럼 KT는 서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실패에서 교훈을 찾았다. 다시 정립한 팀의 방향성은 LCK. 3번 시드라는 결과물로 입증했다. 2023시즌 1차 목표를 달성한 그들에게 다음 목표는 롤드컵에서의 성적이다. 팀으로는 5년만에 다시 서는 세계 최고의 무대. 특히 모국에 열리는 롤드컵은 오답노트를 통해 성장한 KT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기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너무 소중한 기회를 잡아서 기쁘다. 팀으로도 기쁘고, 개인적으로도 해보고 싶고, 풀고 싶은게 많다. 이 팀은 오랜 기간 구상했고, 2년간 만든 팀이다. 회사와 팬들의 지지에 감사드리면서 다가오는 롤드컵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경기하는 팀이 되고 싶다. 우리의 1차 목표는 롤드컵 진출이었다 다가오는 롤드컵에서는 우선 8강에 가겠다. 더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은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가겠다. 그래도 마지막 경기를 하는 팀은 우리가 되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