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골 침묵’에서 벗어날 묘약을 받아들었다. 토트넘이 처방한 묘방에 쓰인 재료는 AFC 본머스다. 오늘(26일·이하 한국 일자) 밤(오후 10시 30분) 바이탈리티 스타디움(딘 코트)에서 킥오프될 원정 본머스전은 특효약이 효능을 나타낼지 지켜볼 만한 ‘기약의 무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3-2024시즌, 손흥민은 주장의 중책을 맡았다. 그에 걸맞은 빼어난 통솔력으로 팀의 응집력을 최대한 끌어내 새 사령탑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이번 시즌 어떤 길을 걸을지 가늠해 볼 수 있었던 2라운드 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8월 20일)은 그런 손흥민의 효용가치가 뚜렷하게 나타난 한판이었다. 토트넘이 초반 최대 걸림돌을 걷어 내고 완승(2-0)한 한판에서 볼 수 있었듯, 팀의 핵심적 존재임을 스스로 입증한 손흥민이다.
단지 아쉽게도, 손흥민은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 국한한 골 침묵이 아니어서, 안타까움은 더하다. 2022-2023시즌까지 돌아보면 6경기에서 골과 연(緣)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 34라운드 리버풀전(3-4 패)에서, 뽑아낸 한 골을 마지막으로 여태 상대 골문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 골은 무척 뜻깊었다. 7시즌 연속(2016-2017~2022-2023)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느긋하다. 손흥민이 골 침묵을 깰 호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본머스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손흥민이 ‘천적’의 몸놀림을 펼치리라 낙관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희망이 아니다. 역대 본머스전에서 나타난 기록을 토대로 한 실현 가능성이 무척 큰 전망이라는 게 토트넘의 변(辯)이다.
마지막 원정 본머스전에서 ‘깜짝 기록’ 세워 기대 심리 증폭
토트넘의 확신은 구단 누리집에서 극명하게 엿보인다. 본머스전을 앞두고 누리집에 올린 기사에 쓴 표현은 손흥민의 골 폭발을 굳게 믿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본머스전에서 나타난 손의 믿을 수 없는 기록(Son's incredible record against Bournemouth”이라는 제목 아래, 그의 역대 본머스전 대표적 활약상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토트넘이 본머스가 손흥민의 득점 재개에 희생양이 되리라 전망하는 데엔, 하나의 놀라운 기록이 존재한다. 지난 시즌 마지막 원정 본머스전(2022년 10월 29일)에서, 손흥민이 세운 득점 기회 창출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단 한 경기에서 올린 결실로서는 믿기 힘든 기록이라는 데서 우러난 낙관론이다.
“지난해 원정 본머스전에서, 손흥민은 비록 골과 어시스트는 기록하지 못했어도 6회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그가 EPL 입문 이래 소화한 원정 133경기 가운데 가장 많은 수확이었다.”
2015-201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EPL 토트넘으로 둥지를 옮긴 손흥민은 이번 시즌까지 9시즌에 걸쳐 270경기에 출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133경기를 원정으로 치른 바 있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본머스를 처음 만났다. 첫 경기(2016년 10월 22일)에선,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격돌(2017년 4월 15일)은 달랐다. 한 골을 터뜨리며 이 시즌 EPL 12호 골을 기록했다. 빼어난 몸놀림으로 본머스를 괴롭히며 ‘본머스 천적’으로서 자리매김하는 첫걸음이었다(표 참조).
본머스가 EFL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두 시즌(2020-2021~2021-2022)을 빼고, 손흥민은 그동안 EPL에서 본머스와 10번 맞붙었다. 759분을 소화하며 6골 2어시스트를 거둬들였다. 6골은 EPL 득점 상대 팀 가운데 네 번째에 해당한다. 사우샘프턴(10골)→ 레스터 시티(9골)→ 크리스털 팰리스(7골)→ 본머스를 상대로 유달리 맹위를 떨친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본머스전에서 골 감각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토트넘이 믿는 까닭이 있다. 본머스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공격 포인트 8개(6골 2어시스트) 중 7개(5골 2어시스트)를 마지막 7경기에서 수확했기 때문이다. 곧, 최근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손흥민은 늘 고비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어왔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 놀라울 정도의 골잡이다. ‘본머스’라는 보약을 어떻게 흡수해 골 감각을 되찾을지 기다려지는 오늘 밤 한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