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러운 꿈의 직장이다. 월급은 많이 주고 출근도 제때 할 필요가 없는데 투잡도 허용된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하고 있는 한국대표팀 감독직이다.
남자축구대표팀은 오는 9월 8일 웨일스 카디프 스타디움에서 웨일스 대표팀을 상대한다. 이어 잉글랜드로 이동한 대표팀은 13일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가진다.
명단발표 기자회견? 이제 매번 할 필요 없지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 해외에 체류하다 곧바로 웨일스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오는 28일 대한축구협회가 9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또 자리를 비운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당초 온라인으로 예정됐던 명단발표 후 기자회견을 아예 취소했다. 그는 9월초 웨일스 현지에서 처음 가지는 기자회견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번 유럽원정을 해외에서 동행취재하는 국내언론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클린스만에게 어떤 선수를 왜 선발했는지 직접 물어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이 해외에 체류해서 이번만 기자회견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협회는 앞으로 대표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했던 기자회견을 줄이겠다고 한다. 아시안컵 등 주요대회를 앞둔 시점에서만 기자회견을 한다. 사실상 클린스만이 언론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를 제대로 열지 않겠다는 의미다.
통신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한국에 왜 살아?
지난 3월 부임한 클린스만은 국내상주 약속을 어기고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과 유럽에서 보내고 있어 ‘원격지휘 논란’이 거세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클린스만도 알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국내언론사와 온라인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겠다는 자세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대답은 석연치 않았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서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라고 해명했다.
축구협회 관계자 역시 “역대 많은 감독들을 모셨지만 클린스만 감독처럼 일을 많이 하는 워커홀릭은 없었다.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클린스만이 열심히 일하는 사진도 언론에 직접 배포하며 해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한국에 상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이상의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옆에 있다면 언제든 찾아가 직접 말로 해결할 일을 몇 개의 통신수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피드백 역시 즉각적으로 받을 수 없다.
클린스만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이다. 한국과 16시간의 시차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업무시간에 클린스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과 저녁 몇 시간 뿐이다. 클린스만의 논리 대로라면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얼마든지 통신장비를 활용해 해외 구단 및 스태프들과 소통할 수 있다.
클린스만의 해명에도 불구 기자회견 후 국내서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과 ‘허니문’이 끝난 클린스만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연봉 받으면서 투잡까지 뛰는 클린스만 감독
또 다른 논란거리는 클린스만이 미국에 거주하며 ESPN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린스만은 해리 케인의 뮌헨 경기, 메시의 미국경기 등에 대해 논평을 했다. 해외리그를 챙겨 보는 이유에 대해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국제적 시야를 가지고 현대축구의 흐름과 변화를 살피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상대적으로 K리그에 소홀하다는 평에 대해 그는 “차두리와 마이클 김 코치도 보고 있다. 스트링가라, 쾨프케 코치,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K리그를 관전했다”고 대변했다. K리그 최고 빅매치였던 울산-전북전 등을 클린스만은 직접 보지 않았다. 그는 스태프들이 주는 의견을 종합하는 수준의 매니저 역할로 대표팀 감독직 수행이 충분하다는 견해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축구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달라는 의미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EPSN 패널로 활약하며 ‘투잡’을 뛰고 있다. 일반 회사원이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잡을 뛴다면 명백한 해고 사유가 된다.
클린스만의 행동을 감시해야 할 대한축구협회나 마이크 뮐러 전력강화위원장도 그의 행동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서상에 그를 제어할 수 있는 구체적 조항이나 명분도 없다.
축구팬들은 “자기 마음대로 일하고, 연봉도 높고, 결과에 책임도 지지 않으니 클린스만은 한국대표팀 감독하기 참 좋겠다”며 그를 조롱하고 있다.
클린스만 부임 후 한국은 2무2패로 승리가 없다. 과연 한국대표팀이 앞으로 A매치에서 승리한다고 클린스만에 대한 논란이 전부 가라앉을까. 클린스만의 계획대로 간다면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이 가능한 것일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