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의 기자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24일(한국시간) "스페인 라리가의 탑 유망주 가브리엘 베이가는 다른 빅클럽이 아닌 사우디 아라비아 리그 알 아흘리로 이적한다"라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축구 굴기가 베테랑을 넘어 유망주마저 삼키고 있다. 지난 시즌 셀타 비고의 에이스였던 베이가는 스페인 연령대 대표팀을 걸쳐 A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관심에 앞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도 베이가를 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스날, 브렌트포드, 브라이튼, 첼시 등도 이번 시즌 베이가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타 비고는 지난 시즌 베이가와 재계약하면서 바이아웃 금액을 4000만 유로(581억 원)로 올렸다. 재정이 탄탄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엔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첼시와 토트넘, 나폴리 등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다. 일단 영입전서 나폴리가 앞서가나 싶었다. 지난 10일 나폴리가 베이가를 손에 넣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갑자기 분위기를 바뀌었다. 히든 클럽이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유럽 내 빅클럽이 아닌 갑자기 사우디행을 택한 것. 로마노는 "베이가 영입전의 우승자는 알 아훌리다. 그들은 비밀스럽게 베이가 영입을 추진해서 성공시켰다"라면서 "마티아스 야이슬레 감독이 직접 나서 베이가를 설득시켰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레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서 알 아흘리가 가장 공 들인 영입. 지난 시즌 오스타리아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감독을 차지했던 그는 고액 연봉 제안에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떠나서 알 아흘리에 합류해서 팀의 리빌딩을 이끌고 있다.
감독 선임에 공을 들인 만큼 알 아흘리는 다른 사우디 클럽과 달리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마노는 "야이슬레 감독의 존재가 베이가의 알 아흘리 이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알 아흘리는 베이가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하길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이전까지 루머도 나오지 않던 상황이기에 갑작스러운 베이가의 사우디행. 셀타 지역 기자이자 나폴리행을 꾸준하게 밀고 '준' 오피셜까지 냈던 하비 코르벨레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만 황당하다. 나폴리행이 확정난 상황이었고 사우디는 관심만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행선지가 변경됐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 이번 사우디의 베이가 영입은 나폴리에 대한 보복성 영입이라는 주장도 있다. 앞서 알 아흘리는 나폴리의 안제이 지엘린스키를 최우선 타깃으로 두고 영입에 나섰으나 거절당했다. 나폴리의 무리한 요구도 요구인데 선수가 사우디행에 부정적이었다.
지엘린스키 영입의 무산이 결국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 앞서 코르벨레는 지난 17일 "알 아흘리는 지엘린스키 영입 무산에 분노했다. 그에 대한 복수로 나폴리가 노리고 있는 베이가의 바이아웃을 발동시킬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과거 파리 생제르맹(PSG)이 자신의 선수를 노리자 역으로 네이마르의 바이아웃을 지불해서 데려온 것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베이가의 이적은 사우디 리그가 유럽 축구와 진지한 경쟁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브라고 볼 수 있다. /mcadoo@so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