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뒤에서 달려가는 것보단 높은 위치에서 경기하면서 전방 압박하는 게 더 쉽다."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전술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개막전 브렌트포드와 무승부(2-2)를 뒤로하고 홈 개막전에서 승리를 신고했다.
뜻깊은 승리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첫 승리이자 손흥민의 캡틴 데뷔 승리였다. 또한 토트넘은 지난 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맨유를 꺾으며 맞대결 5경기 연속 무승의 늪을 탈출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도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90분간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79%(30/38), 기회 창출 4회, 드리블 성공률 60%(3/5), 지상 경합 성공률 67%(6/9) 등을 기록했다. 평점도 8.1점으로 사르(8.5)에 이어 양 팀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았다.
손흥민은 마무리보단 도우미 역할에 집중하며 '축구 도사'로 거듭났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저돌적인 돌파로 맨유 수비를 흔들어 놓은 뒤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이날 손흥민의 드리블 후 패스에 이은 슈팅은 토트넘의 공격 공식이나 다름없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드러났다. '옵타'는 경기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은 경기 최다 파이널 써드 패스(20회)를 기록했고, 기회 창출(4회)도 팀 내 최다였다. 엄청난 영향력"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공격 축구는 손흥민에게 맞는 옷처럼 보였다.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시절과 달리 라인을 높이 끌어올린 포백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려 노력했다. 손흥민도 지난 시즌보다 상대 골문 가까이에서 뛰며 기회를 엿봤다.
손흥민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 두 경기에서 봤을 것이다. 아직 너무 이르지만, 우리는 공을 가지고, 기회를 만들고, 공격 축구를 하고 싶다. 만약 우리가 공을 잃으면 바로 압박에 나설 것"이라며 "이렇게 경기하는 것은 정말 정말 즐겁다. 하지만 이 경기를 보는 팬들이 더 즐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너무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강조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은 100% 즐기고 있다. 수비수들은 잘 모르겠지만, 공격하는 선수들에겐 확실하다. 70m 뒤에서 달려가는 것보단 높은 위치에서 경기하면서 전방 압박하는 게 더 쉽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모든 감독들은 다르고, 나는 언제나 그들을 존중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내게 어떤 역할을 맡긴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매우 행복하다. 공격수로서 높이 올라가 전방 압박하면, 골문과 거리는 짧아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콘테 감독이 들어야 할 이야기다. 지난 시즌 그는 3-4-3 포메이션을 고집했고, 라인을 깊게 내린 뒤 공 소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축구를 펼쳤다. 해리 케인과 손흥민, 쿨루셉스키 등 최전방 공격수들도 중앙선 밑으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야만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토트넘은 '케인 원맨팀'으로 전락했고, 손흥민은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면서 자기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은 지루하고 무기력한 콘테볼에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콘테 감독은 후반기 들어 부진을 거듭하며 사실상 경질됐다.
히트맵만 봐도 차이가 극명하다. 왼쪽은 손흥민의 이번 경기 히트맵이고, 오른쪽은 지난해 10월 맨유전(0-2 패) 히트맵이다. 그는 콘테 감독 밑에서 이반 페리시치에게 좌측 공간을 내주고 중앙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 밑에서는 좌측 높이 올라가 공격에 집중하며 '행복 축구'를 펼쳤다.
손흥민이 '70m 뒤에서' 달려가야 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상대 골문 근처에서 득점을 노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손흥민이 새로운 감독과 함께 '축구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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