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현실이 됐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세르히오 리코(30, 파리 생제르맹)가 밝은 표정으로 퇴원했다.
스페인 '마르카'는 18일(한국시간) "리코가 심각한 사고를 당한 지 82일 만에 퇴원했다. 그는 집에서 재활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국적 리코는 세비야 유스 출신 골키퍼다. 그는 세비야와 풀럼을 거쳐 2019년 임대로 PSG 유니폼을 입었고, 이듬해 PSG로 완전 이적했다. 지난해 1월에는 마요르카에서 6개월 임대로 후반기를 보내며 이강인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사고는 지난 5월 말 발생했다. 당시 PSG는 스트라스부르와 리그 1 37라운드에서 1-1로 비기며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러자 리코는 고향 세비야를 찾아 순례 행사에 참여하고자 이동하던 중 승마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는 말을 타고 가다가 날뛰는 말과 충돌해 떨어졌다.
리코는 곧바로 헬리콥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조치를 받았다. 다행히 그는 약 3주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5주 이상 중환자실을 떠나지 못했다. 리코는 이후로도 추가 수술을 받으며 회복에 집중했다.
축구계 동료들은 일제히 리코에게 응원을 보냈다. PSG 선수들은 2022-2023시즌 마지막 리그 경기에서 앞에는 리코의 얼굴이, 등에는 리코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전반전을 뛰었다. 킬리안 음바페는 득점한 뒤 리코의 등번호 16번이 담긴 유니폼을 들고 세레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팬들 역시 16분에 맞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PSG뿐만 아니라 전 소속팀 세비야와 마요르카도 리코의 쾌유를 기원했다. 세비야 선수들은 AS 로마와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힘내라 리코,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티셔츠를 유니폼 안에 입고 뛰었다. 마요르카도 리코를 위한 유니폼을 입었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연대의 뜻을 담은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모두의 기도가 이뤄졌다. 지난달 일반 병실로 옮겼던 리코는 드디어 병원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와 함께 퇴원한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음바페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리코의 사진을 공유하며 "오늘의 사진이다. 이 사진보다 뛰어난 건 볼 수 없을 것이다. 리코, 네가 이렇게 회복한 모습을 봐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기뻐했다.
목숨을 건 싸움을 이겨낸 리코는 이제 집에서 회복할 예정이다. 그는 병원을 나오자마자 "계속 꿈이었다. 신께 감사하게도 나는 벗어났다"라며 "동맥류가 완전히 통제되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휴식하면서 몇 달 더 진정을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코는 "정말 기쁘고, 매우 행복하고, 감사하다. 내 아내와 가족, 그리고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녀는 나와 함께 하루에 20시간을 보냈다. 정말 고맙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내 아내와 가족, 축구계, PSG와 세비야, 그리고 나와 함께 경기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준 많은 동료들에게 보여준 존중에 감사드린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리코가 축구 선수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워낙 큰 사고를 당한 만큼 추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마르카는 "리코가 겪은 사고는 매우 심각했고, 우선 조금씩 조금씩 회복해 나가야 한다. 정해진 날짜나 단기 목표는 아직 없다"라며 "오늘부터 리코의 삶에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그는 언젠가 피치로 복귀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가 삶을 계속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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