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수비수'에게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가 독일 무대에 안착했다.
뮌헨은 19일(한국시간) 오전 3시 30분 독일 브레멘 베저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베르더 브레멘을 4-0으로 꺾었다. 이로써 뮌헨은 지난 2012-2013시즌 이래로 개막전 12경기 연속 무패 행진(10승 2무)을 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뮌헨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해리 케인, 킹슬리 코망-자말 무시알라-리로이 자네, 레온 고레츠카-요주아 키미히, 알폰소 데이비스-김민재-다요 우파메카노-누사이르 마즈라위, 스벤 울라이히가 선발 출격했다.
경기 전부터 김민재와 케인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뮌헨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구단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왕국을 위해! 내일, 우리의 타이틀 방어는 브레멘에서 시작된다"라며 개막전을 예고하는 공식 포스터를 게시했다. 포스터 속에는 키미히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 김민재, 케인이 뗏목을 탄 채 노를 저으며 물살을 가르는 그림이 담겨 있었다.
뮌헨은 아예 김민재와 케인 듀오로 소셜 미디어를 도배했다. 훈련하는 두 선수의 모습을 공유하며 "분데스리가 개막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고, 킥오프 직전에는 둘이 공을 주고받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 시작 뒤에도 김민재와 케인이 나란히 카메라 앞에서 서 있는 포스터를 업로드하며 "분데스리가 데뷔에서 행운을 빈다"라고 격려했다.
김민재는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우파메카노와 함께 중앙 수비진을 구축하며 지난 시즌 득점왕 니클라스 퓔크루크-마르빈 두크슈 조합을 상대했다. 때로는 189cm의 거구인 퓔크루크와 몸 싸움에서 애를 먹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박수받기 충분한 활약이었다.
뮌헨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득점했다. 김민재가 헤더로 공을 걷어냈고, 이를 따낸 자네가 케인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그대로 질주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케인의 분데스리가 첫 공격 포인트였다.
이후 뮌헨은 라인을 높이 끌어올리며 경기를 주도했다. 뮌헨은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를 제외하고 7명~8명이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펼치며 브레멘을 괴롭혔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둘을 얼마나 굳게 믿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실수는 곧 실점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 하지만 김민재는 정확한 라인 컨트롤과 폭발적인 속도를 앞세워 위기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는 전반 38분 옌스 스타게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려 하자 순간적으로 라인을 맞추며 오프사이드를 만들어 냈다.
특히 후반 6분이 압권었다. 김민재는 자신이 마크하던 마르빈 두크슈가 뒤로 빠져나가려 하자 빠르게 라인을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빠르게 두크슈를 따라잡은 뒤, 정확한 태클로 공을 걷어내며 혹시 모를 변수까지 차단했다. 단숨에 두크슈를 두 번이나 제압한 김민재였다.
김민재는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민재는 전반 26분 왼쪽 뒷공간을 파고드는 코망의 발 앞으로 완벽한 롱패스를 배달하며 패스 실력을 뽐냈고, 이후로도 빌드업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활약했다.
유효 슈팅도 기록했다. 김민재는 전반 45분 높은 타점을 자랑하며 키미히가 올려준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다. 운이 따랐다면 데뷔골이 될 수 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막히고 말았다.
다만 아직 컨디션이 100%는 아닌 모습이었다. 김민재는 후반 9분 퓔크루크와 몸싸움을 펼치다가 반칙을 범하며 옐로카드를 받았고, 후반 19분에는 수비 진영에서 좋은 커팅 이후 패스 실수로 소유권을 내주기도 했다. 경고가 있는 김민재는 후반 22분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그의 몸 상태와 경고가 한 장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한 68분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그는 패스 성공률 94%(68/72), 키패스 2회, 롱패스 성공률 100%(4/4), 슈팅 1회, 걷어내기 2회, 리커버리 7회, 경고 1회를 기록했다. 평점도 파트너 우파메카노와 나란히 7.4점을 받았다. 김민재 대신 투입된 더 리흐트는 6.1점이었다.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주인공은 2도움을 기록한 데이비스(9.2)였다. 그 뒤로는 멀티골을 터트린 자네(9.0)와 1골 1도움을 작성한 케인(8.7)이 이름을 올렸다. '신입생 듀오' 김민재와 케인 모두 흡족한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르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케 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