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은 떠났다. 하지만 이미 손흥민을 포함한 유능한 사람들이 그 구멍을 채우고 있다."
'캡틴'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벌써 훌륭한 리더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다.
영국 '더 부트 룸'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디 애슬레틱' 보도를 인용해 "손흥민은 최근 라커룸에서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새로운 주장인 그는 팀 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이어 토트넘 주장 완장까지 찼다. 그는 지난 13일 위고 요리스를 대신해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토트넘이 지난 1882년 창단된 이래 비유럽 국적으로 주장직을 맡은 선수는 손흥민이 최초다.
어느덧 토트넘에서 9시즌째를 맞은 손흥민은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함께 선수단을 이끈다. 그는 "이렇게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되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매우 놀랍고 자랑스러운 순간"이라며 "이미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라고 다짐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쏘니는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주장을 뽑기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라며 "모두가 쏘니는 월드 클래스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라커룸에 있는 모두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뛰어넘는다. 단지 그가 인기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의 주장으로서 성취한 것 때문"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손흥민은 주장 데뷔전에서부터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줬다.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 돌연 토트넘 원정 팬들 앞으로 다가가더니 서로 어깨동무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보통은 중앙에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정 응원을 온 팬들을 위한 보답으로 팬들 앞에서 펼친 것.
이는 손흥민의 아이디어였다. 부주장인 매디슨은 경기 전날 손흥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젯밤에 손흥민에게 문자가 왔다. 허들(어깨동무한 채 구호를 외치는 의식)을 운동장 중앙이 아닌 원정 팬들 앞에서 하자고 했다. 쏘니의 좋은 아이디어였다"라며 "그 덕분에 팬들도 우리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하나로 잘 뭉쳤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우리도 팬들의 성원에 경기 끝까지 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2천 명에 가까운 토트넘 팬들이 브렌트포드를 찾아 응원을 보냈다. 토트넘 현지 팬들도 팬들을 배려한 손흥민의 아이디어에 감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선수단은 경기 후에도 팬들에게 다가가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영국 현지 매체도 손흥민표 리더십에 박수를 보냈다. 더 부트 룸은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손흥민은 케인의 뒤를 이을 매우 인기 있는 선수였고, 자연스럽게 주장 적임자로 여겨졌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서 111경기, 토트넘에서 373경기에 출전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그가 빠르게 주장으로 선택된 일은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새로운 중요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그 길을 선도할 것"이라며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 라커룸을 이끌고 있고, 경기장 위에서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찾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도 지난 몇 년간 팬들이 부르짖어 온 축구 철학을 이식하고 있다. 케인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구멍은 이미 유능한 이들이 채워나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손흥민은 오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상대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그는 지난 브렌트포드와 개막전에서 수비 도중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실점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맨유의 골망을 흔들며 승리를 이끈다면,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모두 씻어낼 수 있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토트넘으로서도 승리가 절실한 경기다. 토트넘은 지난 2020년 6-1 대승 이후 단 한 번도 맨유를 꺾지 못했다. 5경기에서 1무 4패를 거두는 데 그쳤다. 맨유 징크스를 격파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첫 승리를 따내야 하는 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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