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분이지만, 강렬했다. 교체 투입된 황희찬(27, 울버햄튼 원더러스)이 게리 오닐(40) 신임 감독 앞에서 '황소'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울버햄튼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1로 패했다. 울버햄튼은 무려 슈팅 23개를 퍼부으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정력 부족에 울었다. 후반 32분 라파엘 바란에게 내준 단 한 골이 승부를 갈랐다.
울버햄튼은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마테우스 쿠냐-파블로 사라비아, 마테우스 누네스-마리오 르미나-주앙 고메스-페드로 네투, 라얀 아이트누리-막시밀리안 킬먼-크레이그 도슨-넬송 세메두, 주제 사가 먼저 경기장을 밟았다. 황희찬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쿠냐가 공격진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과감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계속해서 맨유 수비를 괴롭혔다. 후반 4분에는 박스 왼쪽에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골대 불운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후반 중반부터는 황희찬이 가장 번뜩였다. 그는 후반 18분 사라비아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며 피치를 밟았고,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맡으며 스리톱을 구성했다. 황희찬은 들어가자마자 아론 왼바사카의 거친 반칙을 유도하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황희찬은 적극적으로 경기장 왼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맨유 수비를 위협했다. 그는 후반 21분 아크 부근에서 과감한 오른발 발리슛을 날리며 시즌 첫 슈팅을 기록했고, 후반 35분에도 박스 안에서 공을 잘 잡아놓은 뒤 발리슛을 시도했다.
특히 저돌적인 돌파로 자기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황희찬은 후반 44분 박스 왼쪽으로 침투한 뒤 침착하게 한 번 접으며 수비를 따돌렸고, 크로스까지 올렸다. 이어진 실바의 슈팅은 수비벽에 막혔으나 분명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3분에도 완비사카를 앞에 두고 헛다리 짚기로 치고 나간 뒤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아쉽게도 공은 완비사카의 태클에 걸리며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황희찬의 활약은 기록으로도 나타났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그는 27분 동안 볼 터치 25회, 슈팅 4회, 패스 성공률 86%(12/14), 드리블 성공 1회(1/1), 크로스 성공 1회(1/1), 지상 경합 승률 100%(3/3), 피파울 2회 등을 기록했다. 평점도 7.2점으로 교체 투입된 4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오닐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기 충분한 27분이었다. 울버햄튼은 개막을 며칠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경질하고 오닐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로페테기 감독에게 중용받던 황희찬으로서는 기회가 왔을 때 자기 실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황희찬은 개막전에서 벤치에 앉았지만, 후반 들어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선택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희찬은 첫 경기에서부터 짧은 시간이었으나 황소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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