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올해 제품 판매 방식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다. 누구나 꿈꿔왔지만 아무도 쉽게 나서지 못했던 일을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이른바 ‘전면 온라인’ 판매다.
기존의 딜러십을 대신하는 온라인 판매는 수입, 국산 브랜드 할 것 없이 모두가 부분적으로는 실시하고 있던 판매 방식이다. 그러나 아무도 ‘전면 온라인’을 선언하지는 못했다.
그 껄끄러운 일을 혼다코리아가 시작을 했다. 올해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지홍 사장이 전격 도입을 선언했고, 준비 기간을 거쳐 4월 20일부터 본 서비스가 시작됐다.
장점은 명료했다. 모든 구매자는 전국 어느 전시장을 가더라도 동일한 가격(정찰제)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을 좀더 싸게 해 준다는 딜러를 찾아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내게 맞는 차를 찾아 구매 의사를 굳히고, 거주지와 가까운 전시장을 방문하면 된다.
‘전면 온라인 판매’ 실시로 가장 크게 업무 변화를 겪는 이들도 생겼다. 전국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딜러들이다. ‘딜러’라는 명칭은 없어지고 대신 ‘큐레이터’라는 업무가 주어졌다.
혼다코리아를 눈여겨본 이들에게 ‘큐레이터’라는 명칭은 친숙하다.
지난 2013년 서울 모터쇼에서 혼다코리아는 전시 부스에서 여성 모델 대신 ‘큐레이터’를 세웠다. 짙은 화장을 하거나 짧은 스커트를 입지는 않았지만, 또렷한 발음으로 차량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쏟아내는 이들이었다. 2017년 서울모터쇼에서는 현직 영업사원을 전시 부스 큐레이터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랬던 큐레이터가 올해부터는 ‘딜러’를 대신하는 이름이 됐다.
전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만4개월을 맞고 있다. 가장 큰 변화를 겪었을 큐레이터들은 그 사이 업무에 어떻게 적응했을까? 최근 Honda Cars KCC 일산 전시장을 찾아 신철우 큐레이터(과장)를 만나 그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철우 큐레이터는 2015년부터 자동차 딜러를 시작했고, 혼다와는 2020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가장 왕성하게 현장을 장악할 연차다. 신 과장도 4월 20일 이전에는 ‘딜러’였고, 이후부터는 ‘큐레이터’가 됐다.
‘전면 온라인 판매’는 타 브랜드에서 근무하는 동료 딜러들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신 과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딜러들로부터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수입차 업계가 당면한 과제라 그런 모양이다. 어떤 게 달라졌고, 어떤 게 어려운 지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기자도 같은 심정이다. 어떤 게 달라졌을까?
신철우 큐레이터는 “확실이 업무에 달라진 게 있다. 딜러 시절의 주 업무가 ‘흥정’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상품을 정확하고 매력적이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고 했다.
‘흥정’은 어렵다. 파는 입장에선 손해보고 팔 수는 없는데도 손님들은 한 푼이라도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한다. 적어도 ‘흥정’이 허용된 시장에서는 그렇다. 부작용도 있다. 상대적으로 더 싸게 산 사람들은 ‘기분’(그냥 기분만 좋다. 따져보면 큰 이득은 없다)이 좋지만, 제 값을 주고 산 사람들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런 부작용이 싫은 사람을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정찰제’가 탄생했고, 이젠 이 게 더 익숙하다.
딜러 시스템에서는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던지는 카드가 ‘할인’이었다. ‘결정적’인 만큼 거래가 틀어질 위험도 상존한다.
신 큐레이터는 “고객들도 원 프라이스(정찰제) 정책을 알고 오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담으로 물어보신다. ‘혹시, 그래도, 조금도, 아예 없느냐’고 말이다”라며 웃었다. 혼다코리아의 전시장에서는 ‘딜러’의 재량 영역으로 여겨지던 ‘틴팅’ ‘하이패스’ ‘블랙박스’ 조차도 기본옵션이다. 차량 구매자가 특별히 원하는 브랜드가 있을 경우에만 따로 협의를 한다.
‘흥정’이 없어졌으니 ‘큐레이터’는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손님만 맞으면 될까? 그럴 리가 없다.
신 과장은 “차량의 상품성 공부를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시승을 더 꼼꼼히 하고 타 브랜드의 경쟁차종도 일부러 시승을 해본다고 했다. 때로는 시승 영상도 찍는다. 방문객들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차량의 ‘성격’을 더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시승에서 찾아낸 ‘느낌’을 잘 기억했다가 알기 쉬운 표현으로 방문객에게 전달한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을 알아야 잘 설명을 할 수 있듯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신철우 큐레이터는 말했다.
그렇다면 신 큐레이터는 혼다 차량의 장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패밀리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운동성능에서는 치타같고, 안락한 면에서는 하이엔드 세단의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안전과 편의를 중시하는 ‘패밀리카’에 가치를 부여하다 보니 자동차를 보는 시각도 뚜렷해졌다. 신 과장은 “혼다차는 스트레스 없는 차, 잔고장 없는 차, 걱정없이 탈 수 있는 차다. 저는 고객들에게 ‘안에서 보면 밖에 있는 차들 다 똑같다’고 말한다. 내 가족이, 또는 내가 탔을 때 만족도가 높은 차를 선택하는 게 맞다. 그런 면에서 혼다 차는 스트레스 안받고, 안전성이 높은 차라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겉 모습보다는 속내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민감할 수 있는 보수 차이도 물어봤다. 신 과장은 “기본급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낮추다 보니 사람에 따라서는 보수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종전시스템에서 할인이나 사은품을 딜러 몫에서 감당했던 것을 감안하면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큐레이터는 차량의 상품성이나 브랜드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