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해리 케인(30)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나섰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발자취를 뒤로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또 다른 지평을 열려는 야망에 가득 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날, 단판 승부로 펼쳐진 DFL-슈퍼컵 출장은 새 여정의 첫걸음이었다. 2022-2023시즌이 끝나면서, 전 세계 축구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케인 사가(SAGA)’는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케인은 EPL 토트넘 홋스퍼의 독보적 존재였다. 돋보이는 골 솜씨를 바탕으로, 토트넘 구단사(史)는 물론 EPL 역사에도 길이 남을 빛나는 기록들을 아로새겨 왔다. 그에 걸맞게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인기를 누린 ‘토트넘의 황제’였다.
EPL 단일 클럽과 토트넘 최다 득점 기록 수립은 그 대표적 금자탑이다. 토트넘에서만 터뜨린, EPL 통산 2위에 해당하는 득점(213골)은 단일 클럽 골 포획으로는 단연 1위다. 통산 1위 앨런 시어러(260골)도 훨씬 못 미친다. 시어러는 블랙번 로버스에서 112골을,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148골을 각각 뽑아낸 바 있다. 물론, 케인이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뛴 435경기에서 수확한 280득점도 1882년 창단한 토트넘 141년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득점이다.
케인은 이제 분데스리가 최고 명가(名家)인 바이에른 뮌헨(FCB)에 둥지를 틀고 다시 한번 비상을 위해 힘차게 날갯짓했다. 케인이 나래를 활짝 펴고 날아가며 그릴 궤도는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회자할 화두임이 틀림없다.
독일 분데스리가(DFL)부터 케인의 비약을 예고하며 그의 날갯짓이 어떤 모양새로 펼쳐질지 초점을 모으고 있다. DFL 누리집 뉴스난을 도배하다시피 케인에 관한 각종 뉴스를 쏟아내며 팬의 관심을 끌어내고 아울러 흥미를 북돋운다. 이번 시즌에, 분데스리가 34회 우승(1963년 출범 이전 1회 포함)과 12연패를 갈망하는 FCB, 곧 ‘디 로텐(Die Roten: The Reds)’이 케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자신의 시각을 나타냄은 그 좋은 일례다.
DFL, 김민재 센터백 낙점하며 제시한 ‘케인 활용법’으로 눈길 사로잡아
DFL은 먼저 케인과 함께 이번 시즌을 항해할 FCB의 베스트 11을 예상했다. 케인을 최전방 원 톱으로 한 4-5-1 시스템을 전망한 이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인 괴물’ 김민재를 센터백에 포진한 점이다. “페넌트레이스에 있어서 수비 안정은 필수적이다. 이 맥락에서, 김민재 영입은 FCB가 어려움을 겪었던 2022-2023시즌과 달리 순탄하게 정상에 오르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요소다”라고 일찌감치 내다봤던 DFL 사무국으로선 일관된 낙점이었다.
케인과 어우러질 조합을 전제로 한 이 베스트 11에서, 김민재는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함께 중앙 수비 라인에 뽑혔다. ▲ 수문장엔, 스벤 울라이히가 ▲ 좌우 윙백엔, 알폰소 데이비스와 뱅자맹 파바르가 ▲ 중앙 미드필더엔, 요주아 키미히를 비롯해 자말 무시알라와 콘라트 라이머가 ▲ 좌우 미드필더엔, 킹슬레 코망과 세르주 그나브리가 각각 선택됐다. 모두 케인과 김민재가 첫 호흡을 맞춘 DFL-슈퍼컵 RB 라이프치히전(12일·0-3패)에 출장한 바 있는, 그야말로 FCB의 정예 멤버라 할 수 있다.
DFL은 이어서 ‘케인 활용법’을 제시했다. “FCB가 오래도록 갈망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후계자, 곧 해리 케인이 나타났다. FCB는 이제 확실한 9번 공격수를 갖게 됐다”라고 전제한 뒤, 케인을 “차이를 만드는 사람(A Difference-maker)”이라고 규정하고 서술해 나갔다.
“순수한 존재감만으로도 상대 수비진을 묶고 공간을 창출하는 뛰어난 공격수”라고 케인을 소개한 DFL 사무국은 “때때로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유기적 조합 플레이를 엮기 위해 미드필더로 처져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주 빠른 좌우 윙어인 코망이나 그나브리에게 공간을 열어 주는 패스로 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는 몸놀림이다”라고 덧붙였다.
DFL은 구체적·객관적 자료를 제시해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함을 잊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아스날과 맞붙은 북런던 더비에서, 케인은 그 어느 시즌보다 더 많은 득점 찬스에 관여했다. 90분당 1.34개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DFL 사무국은 케인의 헤더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FCB가 앞으로 크로스 공략 빈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PL에서, 케인은 41골을 헤더로 터뜨렸다. 세트피스를 위한 완벽한 타깃 플레이어 능력을 갖춘 케인은 좌우 윙어가 강점인 FCB가 새로운 옵션인 크로스 공격을 활발하게 펼쳐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또한, 케인의 다재능에도 주목했다. “그뿐 아니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드리블하며 짧은 패스 게임이나 중앙에서 마무리를 노리는 인버티드 윙어의 공격 스타일도 케인에게 어울리며 그와 결합할 수 있다. 따라서, 4-1-4-1도 활용 가능하다. 무시알라와 토마스 뮐러 같은 지능적·창의적 선수와 함께 이루는 공격을 중앙에서 시작할 수 있다. 토트넘에서, 케인이 손흥민과 마음이 맞는 공격 듀오로서 보였던 폭발적 공격력이 이를 웅변한다.”
DFL은 케인이 FCB의 꿈을 이룰 믿음직한 에이스 공격수로 자리매김하리라 전망하며 글을 맺었다. “케인은 EPL 시절에 좋은 득점률을 늘 입증했다. 케인의 골 포획·공간 창출 능력은 그나블리와 무시알라를 비롯한 동료들의 득점력을 배가할 가능성이 높다. 케인은 스스로 득점하든, 골과 찬스를 준비하거나 시작하든, 동료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든 간에 상관없는 다재다능한 골잡이다.”
DFL이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떤 시스템에서든 차이를 만드는 존재, 곧 케인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